DL이앤씨, 2000억 회사채 차환 카드 만지작
2조 현금성자산 '든든'…금리부담에도 유동성 리스크 대비 전략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7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이앤씨 디타워 돈의문 사옥. (제공=DL이앤씨)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DL이앤씨가 지난 2021년 6월 발행했던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만기 상환을 위해 DL이앤씨는 1000억~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중이다.


지난 2021년 발행 당시 2%에도 미치지 않았던 발행금리는 차환 이후 4%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DL이앤씨는 현금성 자산이 2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현금상환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2배 수준의 금리부담을 감수하며 차환 발행을 검토하는 배경에 관심이 몰린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및 고물가 여파에 건설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는 만큼 리스크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현금성자산을 쌓아두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6월14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 회사채 차환을 위해 3년여 만에 다시 공모채시장을 찾는다.


발행 금액은 1000억원으로 잡아뒀지만, 이달 중 수요예측을 거친 뒤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으로 증액해 다음 달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주관사단 및 인수단을 꾸려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으며, 금웅당국에 채권 발행을 위한 신고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차환을 검토하는 회사채는 DL이앤씨가 2021년 6월16일 발행했던 공모채다. 당시 발행된 회사채 금리는 1.70%에 그쳤다.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앞선 10일 기준 DL이앤씨의 2년물, 3년물 회사채 개별민평금리는 각각 3.832%, 3.902%에 이른다. 기존 회사채 발행금리의 2배를 웃돈다.


앞서 DL이앤씨가 발행한 회사채는 AA- 등급으로 평가됐는데, 같은 신용도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3.798%, 3.879%로 DL이앤씨 대비 소폭 낮았다. 건설업황 침체 등 영향으로 같은 AA- 등급 내에서도 DL이앤씨의 회사채 가치가 더욱 낮게 평가되고 있다. 최근 건설채 투심이 위축된 만큼 가산금리까지 고려하면 차환시 DL이앤씨의 금리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말 연결기준으로 DL이앤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모두 2조43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차입금 규모는 1조1824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차입금에서 예금 등 금융자산과 현금을 차감한 금액인 순차입금규모는 마이너스(-) 1조2506억원이었다. 현금성자산을 차입금 상환에 모두 투입해도 1조2506억원이 남는다는 뜻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 회사채를 전액 현금으로 상환해도 DL이앤씨의 현금성자산은 2조원에 이를 만큼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지니고 있다. 차환시 발행금리가 2배 이상으로 뛰지만, 급격이 가중되는 금리부담에도 불구하고 현금성자산을 쌓아두기 위해 차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현금성자산을 두고 비효율적 자산활용의 결과라는 시선도 나온다. DL이앤씨는 2021년 DL(옛 대림산업)의 건설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설립 이후 꾸준히 마이너스(-) 순차입금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계속하며 견조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차입을 통한 적극적 성장 전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DL이엔씨의 자본적지출(CAPEX, Capital Expenditure) 규모는 비슷한 자산규모를 지닌 건설사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DL이앤씨는 9조원대 자산을 보유했는데, 자본적지출은 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규모 11조원대의 대우건설과 7조원대의 HDC현산은 지난해 자본적지출이 각각 703억원, 650억원에 이르렀다.


DL이앤씨와 자본적지출 규모가 비슷한 건설사는 1조원대 자산을 보유한 신세계건설이었다. 지난해 신세계선설의 자본적지출은 219억원으로 DL이앤씨보다 많았다. 자본적지출은 기업이 물리적 자산 구입이나 유지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다올투자증권은 "DL이앤씨는 건설사 가운데 매우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지닌 곳이지만 재무 안정성만으로는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향후 성장 동력과 관련한 방향성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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