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가 제작비 댄 '다음 소희', 韓 영화 새역사 썼다
총제작비 15억 中 10억 집행...칸느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첫 초청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17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이 마중물을 부어 제작한 독립영화 '다음, 소희'가 한국영화 최초로 칸느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받은 자펀드를 통해 영화의 총제작비 15억원 중 10억원을 부담하며 영화 제작을 이끌었다. 전세계적으로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저예산영화의 특성상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7일 영화투자 업계에 따르면 영화 '다음, 소희'의 총제작비 15억원 중 쏠레어파트너스가 9억원, 케이앤투자파트너스가 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나머지 5억원은 제작사인 트윈플러스파트너스(3억3000만원)와 영화진흥위원회(2억7000만원)가 부담했다. 


투자를 주도한 쏠레어파트너스의 경우 2021년 9월 결성된 300억원 규모의 펀드(메인영화투자조합)를 통해 투자를 단행했다. 이 펀드는 모태펀드 영진위 계정에서 210억원을 출자받아 결성했다. 순제작비 60억원 이하 한국영화에 약정총액(AUM)의 45%를 30억원 이하에 25%를 집행하도록 설계됐다.


영화는 올 2월 국내에서 개봉했다. 정주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작품이다. 주연은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이 맡았다. 영화는 지난 2017년 발생한 전주 콜센터 실습생 사망사건을 소재로 한다. 직업계 고등학교 여학생이 모 통신사 콜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중 폭언 등 업무 스트레스와 박봉 및 잦은 야근 등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다음, 소희'는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열린 제75회 칸느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한국 영화 최초다. 그간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작품은 10여편 있었지만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없었다. 이 부문은 영화 업계에서 상당한 권위를 지닌 프랑스 비평가협회가 주최하며 특히 폐막작에 더 엄격한 심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소희'는 사회 변화를 이끄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영화 상영 직후인 지난 3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직업계고 실습생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중 강제근로 및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등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다음소희 방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국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다음, 소희'지만 수익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영화의 손익분기점(BEP)은 관객 20만명 수준이다. 해외 판권 판매금 등이 반영된 수치다. 반면 영화는 약 11만명의 국내 극장 관객을 유치하는데 그쳤다. 상업영화가 아닌 탓에 사전 상영관 확보 및 마케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열흘 만에 상영횟수가 1093회에서 209회로 줄며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음 소희'의 극장 티켓 매출은 약 11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금액에서 부가세(10%)와 영화발전기금(3%)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의 45% 내외를 극장에 지급한 다음 배급수수료와 제작비를 떼고 나서야 순이익이 나온다. 회수금액이 총제작비(15억원)에 못미치기 때문에 투자자인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사실상 회수할 자금이 없는 셈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영화 '다음, 소희'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업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투자로 평가받는다"며 "모태펀드 출자금을 투입해 정책적 목적도 잘 수행한 사례로 손꼽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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