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신탁의 파격 “무조건 2주 휴가 가라”
김인환 대표부터 실천…신규 신탁사 설립으로 복리후생 관심 높아져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오는 9월까지 신규 부동산 신탁사 3곳의 추가가 확정되면서 기존 신탁사 11곳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규 신탁사들이 본인가 이전까지 최소 15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신탁사에서 상당수 인력을 빼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존 신탁사들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직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복리후생 강화와 상여금 인상 등 당근책 제안에 여념이 없다. 이런 가운데 생보부동산신탁이 업계 최초로 직원들에게 ‘2주 휴가’를 제공하기로 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생보부동산신탁은 올해 4월말부터 모든 임직원들이 1년에 한번 의무적으로 2주 휴가를 가도록 회사 내규를 정비했다. 회사 차원에서 이번 정책이 자리 잡기 위해 우선 김인환 대표(사진)가 지난 4월말부터 2주간의 휴가를 떠났다.


김 대표가 돌아온 이후에는 임원들이 순차적으로 2주 휴가를 떠나고 이후 직원들이 신청할 예정이다. 장기간 휴가를 신청할 때 직속 상사의 눈치를 보는 한국 기업문화를 감안해 고위직 임원부터 먼저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2주간의 해외여행 계획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일부 직원들은 올해까지 1주 휴가 부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 직원도 내년 1월부터는 2주 휴가를 신청해야 한다. 신탁업계는 생보부동산신탁의 이번 결정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 문화를 감안할 때 2주 휴가를 의무화한다는 결정은 쉽지 않다”며 “신탁업계 전체적으로 복리후생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보부동산신탁의 이번 결정은 김인환 대표의 소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과거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외국계 은행들이 2주 휴가를 의무화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직원들에게 재충전 시간을 주는 것은 물론, 2주간 자리를 비워도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은 직원 개인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HSBC코리아는 연간 휴가 일수의 50% 이상을 반드시 붙여서 쓰도록 하는 ‘코어 리브’(Core leave)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휴가 중에는 은행 시스템 접속과 사무실 출입도 제한하는 등 일과 휴가를 명확히 분리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에쓰오일이 ‘집중휴가제’라는 이름으로 한 번에 2주간 휴가를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인력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신탁업계에서는 이 같은 당근책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증권사 계열 신탁사가 3곳이나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리후생 수준도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력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만큼,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연봉 인상과 각종 유인책이 절실하다”며 “금융위원회도 신규 신탁사가 시장 경쟁을 유도해 고용 규모와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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