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벌꿀 한 방울
삼성 노사 관계 해법, 우호적인 관계로 나서야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광흠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노조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1915년 30대 후반의 나이였던 존 D.록펠러 주니어는 미국 콜로라도 루드로 탄광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탄광을 찾았다. 콜로라도 루드로 탄광의 광부들은 더 많은 임금과 노동법 준수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고 군대가 개입하면서 광부들은 총에 맞아 죽었다.


서로에 대한 혐오로 불타오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록펠러 2세는 직접 광부들을 만나고 접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광부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갱도에 내려가고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몇 주를 보냈다. 광부의 집을 방문했고, 아내와 자녀를 만났다.


이후 록펠러는 파업 대표자들을 만나 연설을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으로 만난 게 아니라 친구로, 상호 우의 정신에 입각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났다"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오로지 여러분의 호의 덕분이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 연설로 인해 록펠러를 집어 삼키려 했던 폭풍과 파도는 잠잠해졌고 오히려 많은 추종자들을 얻었다. 격렬하게 싸웠던 파업 노동자들도 작업에 하나둘 복귀했다. 상호 우호 정신에 입각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적을 친구로 만들었다.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와 노동자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논리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모든 논리를 동원하고 상대방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 올바른 지적을 하더라도 상대방은 인정을 하기보다는 더 많은 분노와 혐오만 일으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5월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대외적인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노조가 설립됐고, 경쟁보다는 상생, 불법 보다는 준법, 일방보다는 소통이 강조됐다. 이 회장도 직접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MZ세대들과 소통하면서 그들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삼성이 겉모습만 바뀐 것인지 조직 내부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인지는 현재의 노사 갈등의 모습만 보면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소통보다는 갈등이, 상생보다는 경쟁이, 직원 개개인의 중요성보다는 조직과 회사가 우선시 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삼성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위 임원들이 직접 노조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우호적인 자세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한다. 진정으로 삼성이 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겉모습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바뀌어야한다.


최근 한 삼성의 직원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금의 삼성의 문제점은 실적도, 반도체 기술개발도, 이재용 회장의 재판도 아니라고 했다. 삼성의 문제점은 더 이상 직원들이 과거의 열정이 없어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브라함 링컨은 "벌꿀 한 방울에 한 통의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가 꼬인다"고 했다. 폭풍 같은 비난과 상대에 대한 지적보다 우호적인 접근과 인정이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No.1 회사인 삼성이 노사 관계에서 보이는 기업 전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한다. 직원들의 열정을 높이고 현재의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벌꿀 한 방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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