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KB인베스트, 그룹 의존도 낮춘다
KB금융 지원 업고 AUM 3.1조로 키워…외부 LP 비중 높이기로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08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KB인베스트먼트가 최고위기관리자(CRO) 출신인 송영석 신임 대표의 선임을 계기로 향후 펀딩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그간 펀드 결성액의 30%를 차지하던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출자 비중을 낮춰 그룹 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최근 위기 관리에 무게를 싣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출자를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는 위기 관리와 상관없이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펀딩 전략을 제고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일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KB인베스트는 앞으로의 펀드레이징에서 KB금융 계열사들의 출자 비중을 낮출 예정이다. 그간 이 회사는 펀드를 조성할 때 운용사출자금(GP커밋) 30%, 계열사 30%, 모태펀드를 비롯한 유한책임투자자(LP) 40% 비중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여기서 계열사 출자 비중을 낮추고 외부 LP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KB금융그룹은 최근 들어 KB인베스트가 고속 성장하는데 일등 공신을 해왔다. 김종필 전 대표 시절 그룹 계열사들이 펀드 결성액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 준 덕에 대규모 펀드를 손쉽게 결성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실제 김 전 대표가 부임한 2018년 사모투자조합(PEF)을 포함한 이 회사의 AUM은 4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초 3조1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 7년 간 그룹 차원에서 KB인베스트에 출자한 금액만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들어 그룹에서 KB인베스트의 외형 확장보다는 위기 관리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올해 초 김 전 대표의 후임으로 송영석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 대표는 2022년부터 CRO를 맡으며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전담해왔다. 김 전 대표 시절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면서 결성한 펀드들의 만기들이 곧 도래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회사는 내년부터 굵직한 펀드들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2025년에는 'KB-솔리더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1500억원 규모)', '케이비 우수 기술기업 투자조합(500억원 규모)' 등 총 6개, 2026년에는 '케이비 디지털 이노베이션 벤처투자조합(1360억원 규모), '케이비 지엠씨 인터스텔라 투자조합(424억원 규모)' 등 총 4개 펀드의 만기가 도래한다.


업계에서는 KB인베스트가 앞으로의 출자 전략을 변경하는 것 역시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포스트 김종필 체제에서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 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 출자 비중을 축소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펀드레이징 보다는 투자와 회수에 힘을 싣기를 그룹 차원에서 주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KB인베스트가 최근 대규모 펀드를 연이어 결성하면서 당분간 투자금 소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KB인베스트가 최근 2년간 결성한 펀드는 총 12개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케이비 스케일업 2호 펀드(1570억원 규모) ▲케이비 디지털 플랫폼 펀드(3000억원 규모)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2500억원 규모) ▲케이비 스케일업 2-1호 펀드(750억원 규모) 등이다. 현재까지 보유한 드라이파우더(투자여력)만 1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다만 KB인베스트는 펀딩 전략을 변경한 것이 그룹 기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그룹의 지원을 받아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이 쌓인 만큼 이제는 회사 자체적으로 펀드레이징을 도맡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KB인베스트 관계자는 "기존에 30% 가량이던 그룹 계열사들의 출자 비중을 낮추고 모태펀드 등 외부 LP로부터 조달하는 자금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며 "그룹 기조와는 무관하게 그간 AUM 규모를 키우며 운용 경험을 쌓아온 만큼 내부적으로 펀딩 전략을 수정하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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