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SK엔텀' 신설 이유는
신규 캐시카우 확보 차원으로 풀이, 향후 배당받거나 매각 가능한 꽃놀이패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엔텀 탱크터미널(제공=SK이노베이션)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을 인적분할해 SK엔텀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탱크터미널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보니 차기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동시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SK온 등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계열사가 비우호적 시장 환경으로 인해 부침을 겪으며 현금이 메말라 가고 있단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100% 자회사인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원유 운영 및 해상 출하 조직)을 인적분할 해 SK엔텀을 출범시켰다. SK엔텀은 SK그룹의 울산 사업장(울산 CLX)에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탱크,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 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탱크 등 저장시설을 외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한편,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저탄소 제품을 저장, 출하하는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SK엔텀을 키우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계획이다.


시장은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해 SK엔텀을 설립하게 된 것으로 관측 중이다. 탱크터미널은 시황을 타지 않는 산업이라 유가나 원유 정제 마진 등에 제약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고시 개정으로 석유 제품과 석유 대체 연료 등의 종합 보세 구역 내 공급이 수출로 간주되므로 각종 세금이나 부과금을 환급, 면제 받을 수 있어 큰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SK엔텀 경우 국내 1위 정유사인 SK에너지를 비롯한 관계사들의 캡티브(내부 거래) 물량으로 고정적인 수익도 보장된다. 여기에 탱크터미널은 SK이노베이션에 있어 비교적 부담 없이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탱크터미널 대여업은 저장 시설을 직접 갖추지 않아도 임차 계약만 맺으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SAF 시장이 수년 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부분도 SK이노베이션이 SK엔텀을 설립하게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SAF 시장은 유럽이 의무비율을 설정하는 내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47% 이상 성장, 3년 뒤 아시아에서만 19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역시 SAF 시장 선점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울산 CLX에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인 등 인프라 조성에 나선 상태다. 아울러 SAF 원료 확보를 위해 국내외 바이오 에너지 업체 대상으로 지분 투자, 인수를 단행했다. 다시 말해 SAF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효율적 관리를 위해 SK엔텀을 출범시키게 됐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이외 SK엔텀 출범은 SK이노베이션의 유동성 확보 전략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경우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5383억원인데 반해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4765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말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모두 운영 자금으로 쓸 방침이다. 사실상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니, 유망 사업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게다가 SK엔텀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면 SK이노베이션의 든든한 배당원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SK엔텀을 키워 매각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앞서 HD현대오일뱅크의 전례가 있어서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현대오일터미널을 합작사로 설립했고 2016년 지분 추가 취득을 통해 100% 자회사로 흡수했다. 이후 현대오일터미널은 HD현대오일뱅크의 본업에 비해 규모가 작기는 했어도 매각 전인 2020년까지 5년 연속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알짜 자회사로 활약해 왔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8월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 차원의 탈탄소 및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강화 기조로 현대오일터미널을 처분했는데, 당시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90%를 1800억원에 매각하며 같은 해 2분기 기준 3661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성자산을 확충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향후 SK엔텀이 견조한 실적 달성해 배당 여력을 갖추게 되면, 100% 자회사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체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당이든 매각이든 SK이노베이션의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선택지라는 점에서 SK엔텀 설립은 전략적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엔텀이 분사 초기라 아직은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몇몇 곳과 태핑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탱크터미널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SK엔텀을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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