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불황에도 신용도 방어할 화학사는
사업 다각화 성공 여부에 평가 갈려
(제공=한국기업평가)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국내 화학사들이 올해는 중국 등의 신증설 규모 축소에 따른 공급 부담 완화로 실적은 어느 정도 회복하겠지만, 나프타 분해 시설(NCC) 운영 업체의 경우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 롯데케미칼을 제외하고는 신용도 방어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큰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28일 'KR(Korea Ratings)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LG화학·SK지오센트릭·한화토탈에너지스·롯데케미칼·여천NCC 등 주요 NCC 기업의 신용 등급 유지 여력을 진단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유준위 한기평 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 ▲중국의 경기 부양책 ▲중국을 대체할 수요 기반의 부재 등 3개 수요 요인과 ▲신증설 계획 변동 가능성 ▲설비 가동률 등 2개 공급 요인을 토대로 NCC 마진과 커버리지 및 레버리지 추이를 기본(Base), 최악(Worst) 2개 시나리오에서 분석했다.


일단 올해 하반기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중국이 추가 경기 부양책을 제시한다면 수요에 긍정적일 전망이다. 다만 중단기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요 기반이 마련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부정적이다. 중국은 수요 침체에도 여전히 국내 석유화학 수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급 면에서는 기존 신증설 계획이 대체로 일정대로 진행될 전망이지만, 중국의 경우 변동 가능성이 있어 에틸렌 등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준위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에상보다 신증설이 많아 공급 부담이 가중됐지만, 올해는 중국의 신증설 물량 축소로 글로벌 에틸렌 신증설 규모가 500만톤을 하회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도 모니터링을 이어 갈 것을 강조했다. 유가나 금리 등 거시 경제 지표, 정책 변화에 따라 신증설이 추가되거나 취소, 지연되기도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가동률이 변수다. 올해 에틸렌 체인의 가동률은 소폭 상승하겠지만, 프로필렌 체인은 공급 부담 지속으로 저조한 가동률이 예상되고 있다. 유 연구원은 "내년에는 수요 회복에 힘입어 주요 제품 가동률이 상승세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승이 급격할 경우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유 연구원은 ▲하반기 완만한 금리 인하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3% 수준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일부 있음 ▲신증설이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짐 ▲설비 가동률이 점진적 상승세일 경우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위 4개 조건의 반대일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NCC 업체들은 ▲A급 수준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 실현에 따른 재무 안정성 제어 ▲차입금 의존도 30~33%로 A급 수준 레버리지 등이 가능하겠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BBB급 수준의 EBITDA 마진 ▲순차입금/EBITDA 4배 수준 ▲차입금 의존도 33~37%로 BBB급 수준의 레버리지 등이 예측된다. 유 연구원은 "전체적으로는 마진 개선이 예상되지만 예년 수준까지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기평은 LG화학, 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NCC 순으로 재무 안정성과 신용 등급 방어 능력이 높다고 봤다.


LG화학의 경우 기본, 최악 시나리오 모두에서 A급 수준의 재무 안정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터리 사업(LG에너지솔루션)과 첨단 소재 부문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만큼, 석유화학 업황에 따른 실적 민감도가 낮은 까닭이다. 다만 전지 및 양극재 공장 증설에 따른 투자 부담을 안고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신용 등급 방어가 어려운 재무 상태' 정도가 우려되고 있다.


SK지오센트릭과 롯데케미칼은 기본적으로 A급 수준의 재무 안정성 유지가 예측됐다. 신용 위험 제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BBB~BB급으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며 신용 등급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경우 작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사업 다각화를 구현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며 "이런 가운데 '라인 프로젝트'를 비롯한 투자 부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재무 안정성은 기본 시나리오에선 A급, 최악의 경우에는 BBB급일 전망이다. 해당 업체는 석유 사업도 보유했지만 이익 창출력이 크지 않아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석유화학 사업에서 아로마틱 제품의 비중이 커 올레핀 업황 부진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은 다행이다. 유 연구원은 "현금 창출력 회복에도 (친환경) 투자 및 배당 부담으로 현저한 커버리지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높은 커버리지, 레버리지가 이어지며 신용 등급 하방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여천NCC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올레핀 비중이 높아 업황 부진의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기 대문이다. 최악의 경우 적자 지속에 따른 과중한 차입 부담으로 신용 등급 하방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유 연구원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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