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크립토 악재리포트
속절없이 무너진 세계 3위 거래소
②FTX 재무건전성 논란 9일 만에 파산...가상자산 회의론 부추겨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유난히 추웠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를 크게 축소시킬 만큼 큰 악재가 한 번 발생하고 그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다른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자산은 몇 토막이 났다. 산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장 규모도 축소됐다. 금융위원회가 2022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5조2000억원)보다 58% 감소한 수준이다. 팍스넷뉴스는 테라-루나, FTX, 위믹스, 솔라나와 클레이튼 등 주요 코인 급락 사태를 통해 2022년에 벌어진 주요 '악재'를 되짚어본다. 또한 이와 같은 사태가 왜 발생했으며 업계는 이러한 사태를 발판 삼아 어떻게 발전을 꾀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회원 수가 적거나 거래량이 낮아 수수료로 인한 수익이 나오질 않아 문을 닫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거래소가 하루아침에 파산한 것은 FTX가 처음이다. 


2019년 설립된 FTX는 마진거래에 특화된 거래소로 빠르게 입지를 다지며 회원수를 늘렸다. 2022년 FTX는 설립 3년만에 일일 현물 거래량이 13조원을 돌파하면서 전세계 거래소 중 3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기업가치 40조원을 기록했으며, 샘 뱅크먼 프리드 대표는 젊고 성공한 창업가이자 약 20조원에 달하는 순자산을 보유한 부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FTX는 지난달 파산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는 금융범죄 혐의로 지난 13일 바하마에서 체포됐다.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일이었다. 해외언론에서는 FTX의 실질적인 모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다루기 시작했으며, 해당 소식에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FTT(FTX가 발행한 코인)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FTX에서 자금을 빼내기 시작하면서 FTX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FTX를 인수 의사를 밝혔던 창펑자오 대표는 하루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더욱 빠른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고 FTX 측은 긴급 자금 조달 나섰지만 이 또한 실패했다. 


9일이 지난 11일 샘 뱅크먼 프리드 대표는 사임했으며 FTX는 파산을 신청했다. 당시 FTX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FTX 거래소에 남아있는 현금 잔액이 12억4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이며 부채는 31억달러(약 4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샘코인' 발행·투자·셀프상장하고 자산을 불린 FTX


FTX 사태는 자체 코인을 통해 재무제표를 부풀린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FTX와 모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가 특정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원하면서 투자한 코인을 직접 상장하고, 자산을 부풀려왔다는 점이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솔라나의 초기 투자사로서 솔라나의 가장 큰 지지세력이었다. 솔라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솔라나 기반 여러 서비스를 육성 및 투자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DEX(탈중앙화 거래소, 이하 '덱스')인 '세럼'이었다. 이외에도 '본피다', '옥시젠 프로토콜' 같은 서비스에도 투자했으며 FTX에 상장했다. 이 프로토콜에서 사용되는 코인들인 SRM, FID, OXY 등은 FTT와 더불어 '샘 코인'이라고 불렸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이 정리한 알라메다 리서치 자산. (출처=쟁글)

샘 코인들은 아직 발행되지 않은 코인의 미래 가치까지 더해져 재무제표에 반영됐기 때문에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을 부풀리는 데 일조했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은 샘 코인으로 구성됐고 빠르게 몸집을 부풀릴 수 있었다. 부풀려진 자산을 통해 알라메다 리서치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은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알라메다는 부풀린 FTT 평가 가치를 담보로 다양한 투자 및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유동성이 고갈되는 긴축 상황에서 담보 자산인 FTT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FTX 제국은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의 마켓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테라-루나 사태 후 손실이 커지자 자기자본 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어 결국 FTX의 고객 자금으로 대출을 받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시장의 진단이다.


FTX가 무너지자 FTX에 지분투자를 한 기업들과 FTX에 막대한 자금을 예치했던 트레이딩 업체들도 큰 피해를 봤다. 지금까지 FTX는 총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지분 투자를 한 패러다임은 2억9000만달러, 세콰이아 캐피탈 2억1000만달러, 소프트뱅크 1억달러 등 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FTX에 자금을 예치했던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1억8000만달러, 갤럭시 디지털은 7680만달러, 윈터뮤트는 5500만달러의 손실이 각각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FTX 사태가 키운 '가상자산 회의론'


FTX 사태가 더욱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FTX가 대형 거래소로서 신뢰를 받고 있었으며 가상자산 업계의 누구도 이처럼 빠른 FTX의 몰락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회의감과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인 a41은 최근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샘 뱅크먼 프리드는 미국 정치권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블록체인 업계가 법의 테두리로 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졌다. 자금적으로도 a16z와 패러다임,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들이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자본금이 탄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라며 "FTX의 몰락은 가상자산 시장을 긍정하는 사람들조차도 시장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FTX 사태로 인해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러니하게도 덱스의 이용률은 오히려 증가한 상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1월 덱스 거래량은 650억달러(약 83조원)로 10월 대비 93% 급증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바이낸스, 쿠코인, 비트파이넥스, 바이빗 등 대표적인 중앙화 거래소들은 각자 PoR(Proof of Reserve)를 공개하며 재무건전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3기관에 감사를 받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딜로이트(DTT), 언스트앤영(EY),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빅4 회계법인이 바이낸스 준비금 증명 감사를 거절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정기적인 감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중앙화 거래소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2022 크립토 악재리포트 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