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포스증권 인수]
'중형→소형' 증권사로 M&A 선회…'고육지책'
임종룡 회장 임기 내 인수 '속도전'…라이선스 확보 '최우선'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10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우리금융의 한국포스증권 인수가 점차 구체화되면서 그 동안 답보 상태에 빠졌던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과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당초 자신감을 내비쳤던 만큼 시장에선 우량 중소형사 인수를 기대했지만 결국 증권사이지만 업권에서 실질적인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초소형사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당초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현재 한국포스증권을 인수 대상으로 삼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 대상으로 삼고 실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포스증권의 최대주주인 한국증권금융 측도 "현재 합병과 관련해 우리금융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시기와 인수금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작은 규모에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포스증권을 인수하기로 한 데에는 지난해 우리종금과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 밑그림을 그려 놓은 만큼 올해 증권사 인수가 필수로 뒤따라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업 라이선스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대상이 어디냐는 이제 중요치 않다는 입장이었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종금과 합병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치' 논란 잠재운 'M&A' 해결사 기대감


올해로 임기 2년차에 돌입한 임종룡 회장은 회장 선임 시만 해도 관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금융위원장 출신이자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총리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도 거론돼 임 회장의 선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금융 내부에서 임 회장의 선임을 반겼던 이유는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NH농협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이력 덕분이었다. 


은행 의존도가 90%를 훌쩍 넘어서며 비은행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던 우리금융으로선 굵직한 M&A 경험을 가진 임 회장이 우리금융그룹의 비워진 마지막 퍼즐 하나를 끼워 맞출 수 있는 적임자라고 봤다.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위한 밑작업도 착실히 진행했다. 우리종금을 완전 자회사로 전환함으로써 증권사 인수 후 합병 절차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든 것도 사전 작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에 M&A 시장이 얼어붙으며 적당한 매물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공언했던 증권사 인수가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검토 단계에서 중단됐다.


증권사 M&A, 수년째 차일피일 지연…전략 선회


우리금융이 한국포스증권을 인수 대상으로 결정한 것은 결국 적당한 매물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의 임기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M&A에 속도를 올려야 될 시점이기도 하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보험사까지 인수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올해 증권사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기상의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도 별로 없는 데다 M&A 물망에 오른 곳들도 규모에 비해 가격이 비싸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포스증권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곳이기는 하지만 증권업 라이선스 확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감안한 결정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국포스증권은 2013년 펀드온라인코리아라는 사명으로 첫 출발한 뒤 펀드 투자 투자매매업 및 중개업을 인가받아 온라인 펀드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회사다. 


금융당국에서 인가받은 업무 영역도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신탁업 등이다. 2019년 개인형 퇴직연금에 한해 신탁업을 인가받음으로써 개인형 IRP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주력 사업이 펀드 판매에 쏠려있는 만큼 수수료와 이자수익이 수익 원천의 전부라 수익 규모가  연평균 매출이 약 6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회사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작은 규모의 회사다. 연매출도 2022년을 제외하면 줄곧 100억원에 못미쳤다.



순손익은 손실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순손실 규모는 ▲2019년 69억원 ▲2020년 85억원 ▲2021년 75억원 ▲2022년 73억원 ▲2023년 59억원 등이다. 2020년 이후 적자 규모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매해 지속된 적자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 차례 감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3월25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말 결손금이 207억원으로 전년(147억원) 대비 40% 이상 급증, 자본잠식이 확대됨에 따라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포스증권의 자본금은 기존 698억원에서 69억원으로 10분의 1로 줄게 된다. 


IB업계 일각에서는 한국포스증권의 이번 무상감자가 우리금융 인수를 앞두고 진행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통상 재무구조 악화를 겪고 있는 기업의 M&A 과정에서 무상감자 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식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한국포스증권은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무상감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무상감자에 대한 구주권 제출 기간은 6월24일까지이며, 같은 달 25일 신주가 교부된다. 한국포스증권의 감자가 회사 매각 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라면 감자가 마무리되는 6월 이후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라는 숙제가 수년째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 회장 임기 내 어떻게든 과업을 완수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형증권사 인수에서 포스증권이라는 초소형 증권사 인수로 M&A 방향을 선회한 것은 우선 증권업 라이선스 취득이라는 최소한의 성과라도 거두자는 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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