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號' 경영기획실 부활 의미
사업 기반 약한 3남 고심 풀기 위해 직접 교통정리 나선 것으로 풀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5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한화그룹)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은퇴 수순을 밟던 심복까지 불러들여 활동을 본격화한 것은 후계 구도를 손질하기 위함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막내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 대한 분배가 숙제로 남았다는 평이다. 이에 한화 안팎에선 김동선 부사장의 몫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차이가 커 향후 경영권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2021년 한화솔루션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던 김창범 부회장이 지난달 한화 경영지원실장에 임명됐다. 현재 김창범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 의전 및 경영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인 김창범 부회장은 이전에 한화 '3인자'로 위시되던 인물인 데다, 퇴임한 대표이사의 컴백 자체가 이례적인 경우다. 한화의 대표이사들은 퇴임 후 대개 상근 또는 비상근 고문 등을 지내며 총 3년 정도의 예우를 받다 완전히 은퇴하는 게 통상적이다. 김 부회장의 경우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화학 자회사 위주로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2인자' 금춘수 한화 수석부회장이 연초 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한화비전 등 다수 핵심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과 엮어 김승연 회장의 '투톱' 보좌진 체제가 부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도 "김승연 회장의 점심 메이트들이 모두 모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8년 해체된 이후 전략부문으로 대체돼 온 경영기획실도 실제로 재건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재건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다만 김동관·김동원·김동선 형제별로 전략기획 조직을 운영하는 만큼, 경영지원실 경우 홍보 등 기능은 제한적이며 김승연 회장 비서실에 가깝다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금춘수 수석부회장의 외연 확장과 김창범 부회장 복귀 등은 김승연 회장의 외부활동 재개와 무관치 않다. 모두 김 회장의 현장경영을 보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돼서다.


김승연 회장은 최근 아들들과 함께 사업장을 누비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난 3월 말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총지휘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연구소를 찾으며 5년 4개월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초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살폈다. 같은 달 25일에는 차남 김동원 사장과 함께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했다.


다만 김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경영 일선 복귀가 아닌 세 아들의 사업영역 정리 등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한 행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김 회장은 막내 아들인 김동선 부사장의 몫을 두고 고심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전언이다. 방산·우주·에너지·화학 등 '간판' 회사들을 차지한 김동관 부회장과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김동원 사장과 달리 김동선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업(호텔·유통·로봇)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 경우 기업들 간 거래(B2B), 기업과 정부 간 거래(G2G) 위주였던 만큼 유통 쪽은 약하다"면서 "최근 분할된 한화모멘텀과 신설 지주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이 김동선 부사장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지만, 이들 회사는 성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을 제외하고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알짜사업을 다 쥐고 있어, 이후 장남과 3남 간 경영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맡고 있는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올해 연간 매출액이 최소 11조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측이며, 지상 방산 부문에서만 30조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쌓아 둔 상태다. 오는 9월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을 분할하더라도 매출 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7000억~1조원 정도인 자회사들인 만큼 매출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13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회사다.


반면 김동선 부사장이 담당하는 회사들 중 연 매출이 1조원 이상인 곳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화갤러리아는 작년 4000억원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7000억원 선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텔 3.3%, 리조트 9.7%, 골프 0.6%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유명 수제 버거 체인점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온 게 김 부사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히지만, 국내 햄버거 시장은 성장세임에도 5조원 내외 규모다.


지난해 10월 ㈜한화 모멘텀 부문(현 한화모멘텀)으로부터 독립한 한화로보틱스는 매출이 신생 기업에 가까운 수준이다.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빅 3로 꼽힌다고는 하나, 2022년 매출(약 116억원)을 놓고 보면 HD현대로보틱스의 15분의 1, 두산로보틱스의 4분의 1 수준이다. 


김동선 부사장의 몫으로 거론되는 신설 지주사도 굵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설 지주에는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이 귀속되는데, 한화정밀기계는 지난 3년간 연 평균 매출이 5000억원이 되지 않는다.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지만 산업용 장비와 공작 기계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90% 수준이다. 한화비전은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면 호조로 평가되는 회사다.


이밖에 한화에는 ㈜한화와 한화에너지, 한화시스템 등의 지분 활용도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남아 있다. ㈜한화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생명·한화솔루션·한화갤러리아 등 핵심 계열사의 최대 주주로서 한화그룹을 지배하는 지주사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모회사였던 에이치솔루션을 역합병하며 모든 지분을 삼 형제(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가 쥐게 된 만큼 승계의 열쇠로 꼽힌다. 또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화시스템 지분 12.8%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한화그룹 측은 김승연 회장의 현장 경영 등 최근 행보에 대해 "사업 점검 및 임직원 격려, 소통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김 회장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출근해 왔으며 경영 활동에 문제 없을 정도로 건강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된 마당이라 활발한 활동이 이상할 것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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