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에 원매자 이탈, 세명테크 매각 순항할까
매각가 800억→1000억, 원매자 '눈치싸움'...숏리스트 통과한 한투PE 딜 포기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7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폐기물 신재생 업체 세명테크의 매각이 진행중인 가운데, 1000억원에 달하는 매각가격이 딜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800억원 정도로 예상된 가격이 수개월 새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에 오른 사모펀드(PEF)가 인수를 포기하는 등 원매자의 이탈도 나오고 있다. 남은 인수후보들이 '적정 가격'을 제안해 '매각 딜'이 원활하게 마무리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세명테크 매각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말 숏리스트에 오른 뒤 투자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자체적으로 산출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와 매각측 희망가격(약 1000억원)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자 결국 딜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투PE는 세명테크 투자금으로 최대 800억원을 책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1년 말 세명테크의 기업가치는 약 3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당 100원에 단행했다. 이때 총 발행주식이 2억8790만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 추산한 수치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멀티플은 약 10배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명테크는 지난해 매출 204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올렸다. EBITDA는 약 77억원 수준이다. 멀티플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밸류에이션은 약 800억원 정도다. 


WWG는 세명테크 지분 79.89%를 보유 중이다. 기업 밸류에이션을 80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640억원 정도의 가치다. 여기에 20~30% 가량의 경영권프리미엄을 가산할 경우 매각가는 8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매각측인 WWG는 세명테크 밸류에이션으로 약 1000억원을 책정하고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WWG가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전망이 밝아지면서 멀티플을 이전 보다 높게 적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WWG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경영실적을 개선해 왔다는 점은 높은 매각가를 부르게 된 주원인으로 꼽힌다. WWG는 지난 2020년 세명테크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10억원을 투입, 지분 60%를 확보했다. 이듬해 120억원 규모로 단행된 유상증자에도 자금을 납입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WWG가 세명테크에 투입한 총액은 230억원에 달한다. 2년 새 세명테크의 매출은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5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4억원에서 28억원으로 턴어라운드(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태핑(수요예측) 단계부터 시장의 호응이 좋았다는 점도 매각가를 높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 초 매각을 결정하고 원매자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와(FI) 및 전략적투자자(SI) 약 20여곳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다. 이어 진행된 예비입찰에도 원매자 10여곳이 참여했다. WWG는 이중 자금사정이 넉넉한 대형 운용사들을 위주로 숏리스트를 선정했다. 


매각추진 초기 800억원 수준으로 언급된 세명테크 가격이 수개월 새 1000억원으로 오르게 되면서 남은 인수후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본입찰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써내는 게 유리하지만, 이미 고평가 돼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을 더 높이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세명테크 매각가가 1000억원 수준으로 언급되면서 700억~800억원대를 예상하고 인수전에 참여한 원매자들이 고민이 커졌다"며 "이 과정에서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로 손꼽혀 온 한투PE도 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높지만 매력있는 매물이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본입찰까지 인수가를 두고 남은 원매자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매각을 진행하는 WWG는 한국투자공사(KIC) 경영진 출신들이 2016년 설립한 PEF다. 현재 운용자산(AUM)은 약 6000억원 수준이다. 대표 피투자 포트폴리오로는 매크로머신, 에어레인, 한성크린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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