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불어난 재고에 현금흐름 반토막
재고자산 41.8% 증가… 시장 "수요예측 실패 탓"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7일 13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F 사옥 전경 (사진=LF)


[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생활문화기업인 LF가 지난해 순이익 개선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아우터 판매에 대비해 재고를 대거 늘렸는데,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제품 판매에 애를 먹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LF는 공격적 판매를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를 비축해뒀단 입장이지만 시장은 재고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LF는 지난해 1609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 전년(3103억원) 대비 1494억원(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411억원(1362억원→1773억원) 늘었지만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인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이 확대된 탓에 회사에 유입된 현금은 1년 새 절반 가량 줄었다.


이 회사의 운전자본 부담 확대는 재고자산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실제 매출채권은 지난해 1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89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재고자산은 4451억원으로 1312억원이나 불었다. 이에 LF는 현금 유입을 늘리기 위해 매입채무를 같은 기간 232억원(740억원→972억원)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재고자산이 급증한 까닭에 1년 새 운전자본이 1423억원(3332억원→4755억원)이나 확대됐기 때문이다.


LF의 재고자산 급증은 엔데믹 전환에 따른 늘어난 의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부자재 등을 선제적으로 비축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3분기만 해도 겨울철 아우터 판매 증가에 대비해 재고(3486억원→4361억원)를 크게 늘린 바 있어서다. 하지만 3분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된 탓에 LF는 비축한 재고를 소진하지 못했다.


문제는 재고가 증가한 탓에 지난해 재고자산평가손실이 96억원이나 반영됐단 점이다. 일정 기간 소진하지 못한 재고는 가치가 떨어져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는데, LF의 경우 이를 매출원가에 반영하고 있어 규모가 커질 경우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한만큼 재고자산평가가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적절한 수요 예측이 중요하다.


시장 한 관계자도 "주요 판매 채널로 온라인이 자리잡으면서 3~4년 전부터 의류 업체들의 재고관리 방식이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봄·여름, 가을·겨울 시즌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재고를 쌓아놨다면 이젠 일정 수량을 찍어놓은 뒤 시장 반응을 살펴 리오더 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 아우터 판매를 대비해 대부분의 패션 업체들이 재고를 늘렸지만 이 역시 과거만큼은 아니다"며 "LF 재고자산이 늘어난 건 수요예측 실패로 인한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작년 말부터 패션 시장 침체가 전망됐었던 만큼 올해 판매를 위해 미리 재고를 늘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원자재 비용 상승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할 순 있지만 이미 관련 비용이 지난해 최대치로 오른 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은 특히 트렌드가 급변하는 만큼 미리 재고를 확보하는 건 수익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F 관계자는 "회계를 보수적으로 처리한 영향"이라며 "지난해 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재고를 투자성으로 비축해뒀으며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기 위한 투자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 부문은 물론 LF푸드도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재고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패션 부문은 온라인, 플래그십스토어, 편집숍 등 유통채널별로 판매를 강화해 재고자산을 매출로 일으킬 것"이라며 "지난해 재고자산에는 올해 공격적 영업을 위해 비축해둔 재고 물량도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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