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경영 3막
정씨 일가, '자사주 마법' 제대로 누린다
②인적분할→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정대현 지배력 높일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0일 17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삼표산업과 ㈜삼표를 합병한 배경에 재계는 아들인 정대현 사장의 승계 비용 최소화를 위한 것 아니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사 간 합병에 의해 발생한 대량의 자기주식(자사주)이 정 사장의 승계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자로 출범한 삼표산업법인은 과거 삼표산업과 이곳의 모회사인 ㈜삼표가 합쳐진 곳이다. 정도원 회장이 지분 30.33%를 쥔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정대현 사장과 그의 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가 각각 5.22%, 18.23%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출범이 재계의 눈길을 끈 건 자회사가 모회사를 역합병하는 합병방식에 기인했다. 기존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도원 회장→㈜삼표→삼표산업→삼표시멘트 등으로 짜여졌다. 오너의 표면상 지배력만 놓고 보면 ㈜삼표가 삼표산업을 합병하는 게 유리함에도 정씨 일가가 역합병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 정도원 회장은 과거 ㈜삼표 지분을 65.99% 보유했지만 합병으로 인해 통합법인 지분은 종전대비 35.66%포인트 낮아졌다.


이미지=강동원 기자

이를 두고 재계는 자회사가 모회사를 역합병하면서 ㈜삼표가 소유했던 삼표산업 지분 82.78%가 통합삼표법인 자사주 44.73%로 바뀐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씨 일가가 '자사주의 마법'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놔서다. 자사주 마법이란 인적분할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 오너일가가 분할되는 주력사 지분을 챙겨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행위를 말한다.


먼저 시장은 정씨 일가가 통합삼표산업을 지주사 (가칭)삼표홀딩스, 사업회사 삼표산업으로 인적분할할 시 삼표산업에 있는 자사주를 삼표홀딩스에만 이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때 삼표홀딩스 주주구성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반면 삼표산업에는 원래 있던 자사주지분이 삼표홀딩스 몫으로 바뀐다. 통합삼표산업 시절 의결권이 없었던 자사주가 인적분할을 계기로 사업회사의 일반 주식으로 전환, 오너 입장에선 공짜로 삼표산업 지분 40% 이상을 손에 쥐는 셈이다.


삼표산업 인적분할 시나리오. 지주사 (가칭)삼표홀딩스와 사업회사 (가칭)삼표산업의 기업가치가 동일한 것으로 가정.

시장은 이어 정도원 회장 부자가 인적분할 이후 삼표홀딩스의 3자 배정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승계작업을 마무리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너 3세 정대현 사장과 에스피네이처가 보유 중인 삼표산업 지분을 삼표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지주사의 유력 주주로 떠오를 것이란 시나리오다.


예컨대 삼표홀딩스와 삼표산업 간 기업가치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정 사장과 에스피네이처의 삼표홀딩스 지분은 종전 5.22%, 18.23%에서 각각 8.45%, 29.54%로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정도원 회장의 삼표홀딩스 지분은 30.33%에서 24.57%로 5.76%포인트 하락, 정대현群(37.99%)에 이은 2대주주로 내려앉게 된다. 이 경우 정대현 사장은 부친의 지분 없이도 삼표홀딩스와 삼표산업 등 그룹 주력사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대현 사장이 사실상 무자본으로 4조9000억원 규모의 삼표그룹을 집어삼키는 것 아니냔 시선을 견지 중이다. 아울러 시장은 정 회장 등이 통합삼표산업 인적분할 과정에서 삼표산업에 자산을 몰아줄 경우에는 정 사장의 지배력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도 관측하고 있다.


투자자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론상 삼표그룹 오너일가가 인적분할을 통해 승계작업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애초에 자회사가 모회사를 합병, 자사주를 만들어 놓은 것 부터 이를 상정한 정지작업 아니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측은 "인적분할 여부나 승계와 관련된 사항은 현재 알려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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