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충당금에 발목 …증권사 '적자' 행렬 현실화되나
영업손실 3340억, 순손실 2673억 '적자전환'…"과도한 충당금 적립, 수익성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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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코더원리츠의 기초 자산인 여의도 하나증권빌딩 전경. (제공=코람코자산신탁)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촉발된 국내 증권사의 수익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2023년 연간실적을 발표한 하나증권이 투자자산 부실화와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적자로 전환한 탓이다.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강화 주문 등으로 인해 타 증권사들 역시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내외 경제환경도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을 키우면서 수익성 악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해 영업손실 3340억원, 순손실 267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CFD 미수 채권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이 꼽히고 있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수익성이 악화된다.


하나증권 실적표 (자료제공=금융감독원)

하나증권은 2019~2020년 동안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금리 상승에 따른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그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발생했다. 이에 하나증권은 지난해 3737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2022년(1709억원)과 비교해 118.7%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같은 충당금 적립 이슈가 하나증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권사별로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우발부채 위험이 불거지면서 대부분의 증권사에 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증권사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이미 대규모 충당금 적립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발부채 부담이 큰 하이투자증권은 2023년 3분기까지 1361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2022년 12월 말 1565억원과 비교하면 13.0% 줄었지만 2021년 말 400억원과 비교하면 240.3%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작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하면 충당금 적립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교보증권도 지난해 3분기까지 711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2022년 충당금 적립액은 219억원으로 9개월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20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최근 3년간(2021년~ 2023년 3분기 말) 평균 34%씩 늘어왔다. 이 밖에 SK증권도 지난해 3분기 말 434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하이투자증권·교보증권·SK증권 충당금 현황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PF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사들에 대해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증권사들의 충당금 부담은 더욱 확대돼 실적 개선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신용평가사에서도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강조로 인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확대된 충당금 부담 탓에 수익성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하나증권의 경우 수익다각화를 통해 올해 흑자 개선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회사 노력 대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기업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 전반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일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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