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험사, 속속 자금수혈…하나손보 언제?
2020년 출범 이후 적자…하나금융 2700억 투입, 추가 지원 '미지수'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0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최근 캐롯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적자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가 모회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금융권의 시선은 또 다른 디지털 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을 향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자회사에 잇달아 출자를 단행한 데다 올해 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 데다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하나손해보험에 출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등을 고려할 때 자회사에 대한 증자를 고려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적자 규모 확대, 2020년 출범 이후 2021년만 흑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87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506억원의 적자를 냈던 2022년과 비교해 373억원 커진 규모다.


보험손익은 520억원 적자로 1년 전(-622억원)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줄었지만 투자손익은 3억원 흑자에서 348억원 적자로 돌아서면서 영업손실과 순손실 확대의 원인이 됐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투자손익은 관계·종속기업가치평가에 따른 손상인식(219억원) 및 무형자산상각비(161억원) 증가 등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 모두 순손실을 냈지만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적자 규모와 증가 폭이 가장 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746억원 적자를 냈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37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신한EZ손해보험은 각각 213억원, 77억원 순손실을 냈다.



하나손해보험을 비롯한 국내 디지털 보험사는 설립 이후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상품의 경우 담보 내용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대면 가입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등만 뒷받침된다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여전히 적지 않다. 최근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이 모회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은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말 주주대상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은 12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에 자금을 투입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교보생명은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1250억원을 출자했다. 교보생명은 유상증자를 통해서만 이번까지 모두 여섯 번 자금을 지원했다.


◆하나금융지주, 두 차례 걸쳐 2760억 출자

하나손해보험은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지금까지 2700억원가량을 수혈받았다. 약 800억원을 들여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해보험을 출범한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 7월과 2022년 7월에 각각 1260억원, 1500억원을 출자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추가로 자본 수혈을 받으면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적자를 내면서 재무건정성도 덩달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지급여력비율(K-ICS비율)도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손해보험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K-ICS비율은 160.9%로 금융당국 규제 수준(150%)은 웃돌지만 손해보험사 평균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손해보험사(재보험사, 보증보험사 포함) 31곳의 K-ICS비율 평균은 210.6%(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다.


게다가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포트폴리오 재정비, 영업력 강화 등 전략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초 삼성화재 임원 출신의 배성완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하면서 분위기를 한 차례 쇄신했는데 여기다 자금 지원까지 이뤄진다면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특히 배 대표는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력 강화에 부쩍 힘을 주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현재의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장기보험은 과감하고 빠른 성장에 집중하고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지원 '글쎄'…충당금 부담, 은행 ELS 사태 등 영향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 취임 뒤로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서면서 꾸준히 비은행 계열사에 출자를 해온 만큼 하나손해보험에 자금 지원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하나캐피탈과 하나에프앤아이에 각각 2000억원, 1496억원을 출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3.89%로 KB금융지주(106.69%) 등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최근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 만큼 하나손해보험 출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에서 자본총계를 나눠서 구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자회사 출자를 막기 위해 금융지주에 이 수치를 13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전반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충당금 부담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 출자 자체를 고려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여기에 은행권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배상금 지급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를 포함한 금융지주가 은행 배당금에 크게 의존하는데 ELS 배상금 지급이 은행의 실적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지주 재원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은행 자체의 배당 여력이 감소하면서 금융지주의 자본여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는 금융지주 전반적으로 내실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상증자 등 계획이 없다"며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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