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 유증 철회에 '경영 위기' 증폭
자회사 VGXI 지원 계획 차질…CB로 자금조달 나설듯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16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진원생명과학 홈페이지 갈무리)


[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진원생명과학이 추진해왔던 유상증자를 돌연 철회하면서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매출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자회사 지원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모회사인 진원생명과학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진원생명과학이 조만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월 최초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진행 예정이었던 유·무상증자를 철회한다고 3일 공시했다. 진원생명과학은 당초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와 1주당 0.2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이후 지난 11개월간 총 4차례에 거쳐 증권신고서를 정정했고 이에 따라 당초 818억원이었던 유상증자 규모도 667억원으로 축소됐다. 


유상증자 철회 결정과 관련해 진원생명과학 측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받았다"며 "유·무상증자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이번 유·무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진원생명과학의 유상증자를 제지했던 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원생명과학은 2005년 이후 19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영근 대표와 조병문 전무는 지난해 각각 28억원과 7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2022년보다 보수액은 줄었지만 적자인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서는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도 지적 받았다. 


시장에선 유상증자가 철회되면서 진원생명과학의 경영난 현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월 최초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유상증자가 취소될 경우 미국 자회사인 VGXI의 신규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VGXI로부터 대여금 회수가 어려워져 심각한 자금 경색으로 본사와 계열사 전체가 지속적인 경영의 어려움과 최악의 경우 부도 상황에도 처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 


실제 진원생명과학이 현재까지 VGXI에 지원한 금액은 1404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선급금 46억원과 대여금 1358억원이다. 이는 진원생명과학이 가진 자산의 73.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VGXI는 진원생명과학이 2008년 설립한 자회사로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해 있다.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원료로 꼽히는 플라스미드 DNA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2021년 9월 VGXI의 신규 제조시설을 증설하기로 하고 모회사가 직접 자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진원생명과학은 자회사인 VGXI를 통해 돈을 벌어들여 해당 자금을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VGXI의 신규 공장 운영이 어렵게 되면 진원생명과학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진원생명과학의 매출은 402억원으로 VGXI(319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79.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VGXI는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모회사인 진원생명과학도 2005년 이후 19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매출액 402억원과 영업손실 4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외형과 이익 모두 뒷걸음질쳤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결손금은 2162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도 2020년 624억원, 2021년 223억원, 2022년 133억원, 2023년에는 91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일각에선 유상증자가 무산된 진원생명과학이 조만간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CB 발행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다. 진원생명과학은 CB 발행으로 2020년 11월에 240억원, 2022년 4월에 117억원을 조달했다. 이번에 CB 발행에 나선다면 앞선 금액보다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무산됐다면 상환전환우선주(RSPS) 보다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상황이라 또 다시 증자에 나서는 것은 주주들 눈치도 보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유상증자 철회 이후 자금조달 방법과 관련해선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유상증자 철회 관련해선 공시 내용 외에는 말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전환사채(CB) 등 여러가지 자금조달 방법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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