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대호테크', 4년 새 배당 1400억
에이스에쿼티 인수 후 매출·이익 매년 줄어...밸류업 전략 부족, 이익잉여금만 축내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7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광학장비 제조업체 대호테크가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수년째 '고배당 기조'를 유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 2018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에이스에쿼티)로 주인이 바뀐 이후 이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PE 본연의 역할인 '기업가치 제고' 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호테크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50억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지난 2017년(312억원)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불과 5년 새 수백억원대 흑자 회사에서 적자 위기 회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900억원에서 327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에이스PE의 대호테크 인수구조.

대호테크 실적이 급감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에이스에쿼티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부터다. 에이스에쿼티는 지난 2018년 4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전량을 샀다. 필요한 자금은 인수금융과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조달했다. 당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던 정영화 대표는 구주매각 대금의 절반(약 1000억원) 가량을 에이스에쿼티가 대호테크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스대호'에 재투자했다. 확보한 지분은 20% 가량으로 추정된다. 


에이스에쿼티는 회사를 인수한 직후 '배당'을 통해 곧바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섰다. 2018년 처음 배당을 의결한 뒤 2019년 에이스대호에 배당금 500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배당금 명목으로 회사에서 빠져나갔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 보다 더 큰 규모의 배당이 이뤄졌는데, 4년 동안 대호테크가 에이스대호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 하락이 지속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대규모 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300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 덕분이다. 회사는 1999년 설립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며 현금을 쌓았지만, 배당은 단 한 차례도 단행하지 않았다. 창립 20년 만에 PEF로 주인이 바뀌면서 배당을 처음 실시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남은 이익잉여금은 337억원 수준이다. 업계는 내년에도 대호테크가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고배당 정책'을 지속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포트폴리오 사후관리'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바이아웃(경영권인수) 투자의 경우 피투자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PE의 본업인데, 에이스에쿼티는 재투자·신사업 개발 등 실적개선을 위한 행보 보다는 오로지 배당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피투자회사에 이익잉여금이 있는 경우 배당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PE가 충분히 할 수 있는 회수전략"이라면서도 "다만 실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써야 하는데, 최근 대호테크에서는 이 같은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꽉 차 있던 곳간을 다 털어낸 현 시점부터가 대호테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되는 구간이 될 것"이라며 "에이스에쿼티 입장에서도 고수익을 내고 엑시트를 하기 위해선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PE 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비중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매출 감소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다만 동종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낸 것 대비해 대호테크는 비축된 체력이 있어 그나마 흑자기조는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호테크 관계자는 "회사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놓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에이스에쿼티는 지난 2017년 설립된 PE다. 운용자산(AUM)은 약 2조8000억원이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는 솔리드파워, 한국정보기술, 열린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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