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행동주의 펀드, 엇갈린 성과
트러스톤·얼라인파트너스 추천 후보 이사회 입성…나머지는 주주제안 대체로 기각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1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3월 28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태광산업)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국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끝난 가운데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행동을 펼친 기업 이사회에 추천 후보가 들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행동주의 펀드는 여전히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연 기업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 대상에 오른 곳을 살펴보면 태광산업, JB금융지주, 삼성물산, KT&G, 금호석유화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가 성과를 거둔 곳으로 태광산업이 꼽힌다. 태광산업은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주주제안한 김우진·안효성 사외이사 후보 및 정안식 사내이사 후보의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된 이사 후보를 선임한 것은 2007년 장하성 펀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2021년 6월 태광산업 지분 5.01%를 일반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뒤 주주행동 캠페인을 꾸준하게 진행해왔던 것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분 매입 이후 태광산업에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기업가치 저평가 해소 등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그러나 태광산업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양쪽의 대치 구도가 한동안 이어져왔다. 


실제로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1주당 1만원 규모의 현금배당, 주식 10분의1 액면분할, 자사주 취득 등을 주주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되기도 했다. 주주제안 가운데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의 건(조인식)은 주주총회 상정에서 아예 제외됐다.


그러나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의견이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태광산업이 2022년 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뜻을 보이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증자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태광산업의 관계는 2023년 11월부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태광산업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이를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추천한 후보들이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태광산업 이사회에 입성하게 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입장에서는 태광산업과 협력을 통해 주주행동 캠페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JB금융지주가 3월 28일 전주시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JB금융)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는 JB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펼친 주주행동 캠페인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3월 28일 열린 J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는데 김기석·이희승 후보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희승 사외이사는 JB금융지주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추천을 받아들여 사외이사 후보로 세운 인물이다. 김기석 사외이사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당 1표가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주주가 의결권을 갖는 제도다.


예컨대 JB금융지주가 이사 6명을 선임해야 한다면 JB금융지주 2대 주주(14.04%)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는 전체 6표를 행사할 수 있다. 특정 후보에게 6표를 모두 행사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김기석 사외이사가 최다 득표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한 안건 가운데 비상임이사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방안은 부결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JB금융지주에서 제안한 후보 4명이 선임됐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서 추천한 2명은 고배를 마셨다.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제외한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3월 28일 KT&G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방 후보가 결국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호석유화학 개인 1대 주주(8.87%)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손잡고 회사가 기존에 보유했던 자사주 100% 소각 및 김경호 사외이사 후보 선임 등의 안건을 주주제안했다. 그러나 3월 22일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다. 


안다자산운용은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자산운용사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다른 자산운용사 4곳과 주주연대를 꾸려 삼성물산을 상대로 현금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3월 15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주주연대 측 안건은 모두 기각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대부분의 행동주의 펀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만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회사에 제안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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