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스토리]
넷마블, 차입구조 단축…유동성 부담↑
회사채 차환 미발행, 장기신용등급 소멸…실적 악화+크레딧 리스크 확대 탓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7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전경.(제공=넷마블)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넷마블의 장기신용등급이 소멸됐다. 그간 만기가 남아있던 회사채 물량에 대해 차환 발행을 하지 않고, 기업어음(CP)으로 돌려막는 방법을 택하면서다. 단기신용등급은 남아 있는 상태지만, 장기신용등급과 달리 '등급전망(아웃룩)'이 부여되지 않아 크레딧 리스크에 대한 반영도 상대적으로 더딜 전망이다.


CP 발행의 대가는 차입 만기구조의 단기화다. 내년 3월 1100억원 규모 CP 만기를 앞두고 있는 넷마블은 이번 신규 CP 발행까지 더해 내년 3~4월 만기도래 금액만 3000억원이 넘게 됐다. 2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넷마블은 단기화된 차입 부담까지 짊어지면서 유동성 압박이 확대됐다.


◆ 코로나 반사이익 끝나자 고꾸라진 실적…공모채 시장 복귀 못해 등급 소멸


1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받던 회사채 신용등급이 최근 모두 소멸됐다. 넷마블의 유일한 회사채였던 '넷마블 제1회 무보증사채'(1600억원) 만기는 이달 16일이었다. 넷마블은 차환 발행 대신 CP를 발행해 이를 상환하면서 채권의 등급이 사라졌다.


소멸 직전 넷마블의 신용등급은 A+였다. 지난 2020년 첫 회사채 발행 당시 AA-(안정적)에 달하는 우량등급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이후 실적이 가파르게 꺾여 지난해 A+로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말 정기평가에서 넷마블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추가 등급 강등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넷마블이 이번 공모채 차환 발행에 나서지 못한 것도 이 같은 크레딧 리스크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넷마블이 회사채 초도 발행에 나섰던 2020년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비대면 게임 수요가 높아졌던 때였다. 당시 넷마블은 연결기준 27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반사이익이 조기에 끝나며 지난 3년간 넷마블의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신용등급 추가 강등 우려까지 높아지며 공모시장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한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에도 654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존 게임들이 진부화된 상황에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주요 신작들의 성과가 미흡했던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10월 스핀엑스(SpinX) 인수에 따른 차입금도 여전히 1조원 안팎에 달해 넷마블의 이익창출 능력 대비 차입 부담은 과중한 상황이다.


넷마블의 장기신용등급은 소멸됐지만, CP 발행 등에 활용되는 단기신용등급은 남아 있다. 현재 넷마블의 단기신용등급은 A2+로, 향후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지속되면 A2·A2- 순으로 조정된다. 다만 단기신용등급에는 등급전망이 부여되지 않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장기신용등급과 달리 등급전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에서 향후 등급 추이를 예상하기 어려워진다는 측면이 있다"며 "등급전망을 거쳐 실제 등급 조정까지 1~2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 기간의 공백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 CP 등 단기 차입으로 짧아진 만기구조…내년 상반기 조(兆) 단위 상환 압박


넷마블의 크레딧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자금조달 수단이 장기물인 회사채에서 단기물인 CP로 집중되는 등 차입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미 넷마블의 차입 만기구조는 상당히 단기화된 상태다.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넷마블의 단기 차입금은 1조8532억원으로 총차입금(2조3444억원)에서 단기 차입 비중이 79%에 달했다.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약 6445억원) 대비 3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차입만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특정 시기에 상환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회사채 상환을 위해 넷마블이 발행한 CP는 2000억원 규모로 만기는 6개월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상환 시기는 내년 4월 12일. 넷마블은 내년 3월 1100억원 규모 CP 만기도 앞두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도 당연히 중장기 자금으로 조달해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싶었겠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 넷마블 등급으로는 1년짜리 CP도 어렵다"며 "발행 이후 유통시장에서 해당 CP 매물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중개 증권사가 향후 딜(Deal)을 고려해 떠안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넷마블 CP의 할인업무는 KB증권이 맡았다.


이와 함께 2조6000억원 규모였던 스핀엑스 인수 차입금도 1조원 안팎 남은 상태다. 지난 2021년 10월 외화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했던 넷마블은 올해 원화 대출 차입금으로 갈아타면서 1조1000억원 규모를 내년 6월까지 만기를 미뤄둔 상태다. 넷마블의 흑자 전환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CP·은행차입 등 상환 부담이 집중적으로 높아진 모습이다.


넷마블의 유동성 확보 방안은 하이브·엔씨소프트·코웨이 등 투자지분 매각이 가장 유력하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매수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넷마블의 보유 투자지분 가치가 3조원을 넘어, 재무융통성은 여전히 우수한 편"이라면서도 "차입 만기구조의 단기 쏠림이 두드러져 향후 금융시장 경색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넷마블도 유동성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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