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테슬라 6조 전극 주문은 '독이 든 성배'?
자체생산 움직임으로 해석, 양산 앞둔 4680 배터리 계약 최악의 경우 무산될 수도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0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제품 (제공=LG에너지솔루션)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테슬라로부터 받은 6조원 규모의 전극 주문은 중장기적으로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AMPC) 일부를 매각할 만큼 현금이 메말라 있는 터라 당장은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올 하반기 테슬라에 납품 예정인 원통형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 계약이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엔솔은 올 하반기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김동명 LG엔솔 대표이사 사장 역시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서 오는 8월 46파이(지름 46mm) 배터리 생산 개시를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LG엔솔이 양산하는 첫 4680 배터리 셀이 테슬라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제시해 양산되는 배터리라는 이유에서다. 테슬라는 작년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기가 팩토리 등에서 4680 배터리를 양산해 직원 판매용 '모델 Y' 등에 탑재했고, 올해부터는 '사이버 트럭'에도 장착할 예정이다.


문제는 LG엔솔이 4680 배터리 양산을 3~4개월 앞둔 시점에서 아직도 납품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최악의 경우 계약 자체가 불발될 것이란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4680 배터리의 최대 수급처인 테슬라가 자체 생산을 확대 중인 데다, 생산 수준도 양산 레벨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돼서다.


실제 테슬라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에 6조원 규모 전극 주문을 넣었다. 양극재를 기준으로 전기차 130만~140만대에 탑재 가능한 양이라 전해지는데, 이는 테슬라의 지난해 생산량(184만대)으로 따지면 70%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현재 세부 협의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 내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엔솔은 대규모 전극 공급을 위해 폴란드 등 해외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문은 LG엔솔이 최대 고객사의 공급망에서 입지를 더욱 다질 기회이며, 남는 재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황 침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계약이 LG엔솔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전극 주문은 결국 배터리 내재화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배터리가 아니라 배터리 원재료인 전극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배터리 자체 생산을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도 "테슬라가 배터리 전극은 외주에 맡기고 셀 생산은 자체적으로 한다는 이야기"라며 "전극 공급으로 테슬라의 내재화 물량이 커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배터리 전극의 계약 물량이 늘수록 셀 외주 물량은 감소한다"며 "셀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완제품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LG엔솔 관계자는 "4680 배터리 공급과 계약 등 사항은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며 "양산 개시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테슬라와의 전극 납품 계약에 대해서는 "고객사 관련 내용이라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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