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한진칼,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왜 파나
그룹사 지배력 강화 가능성 제기…대한항공 측 "업무공간 효율성 등 목적"
(제공=한진칼)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사옥으로 쓰이고 있는 서소문 빌딩을 대한항공에 매각키로 한 것을 두고 재계는 다소 의아스럽단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곳간에 여유가 있는 한진칼이 당장 수천억원대 현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보이진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진칼은 오는 4일 대한항공에 서소문사옥 건물과 토지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3일 공시했다. 매각가는 2642억원이며 사유는 유동성 확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한진칼 소유의 서소문사옥은 역사적으로 대한항공 빌딩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또한 건물의 80%를 당사가 기 점유하고 있는 만큼 업무공간 효율성 강화 및 추후 가치 상승을 노린 선제적 투자 차원으로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대한항공이 서소문사옥을 사들인 건 어느 정도 납득 된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부터 현재까지 화물·여객사업이 번갈아가며 호실적을 낸 덕분에 6월말 기준 5조9451억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을 보유 중이며 올 들어선 서울 시내 부동산 시세도 하향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칼의 부동산 매각 의도는 다소 불분명한 편이다. 먼저 이 회사는 올 3월말 기준 1764억원의 현금을 보유했고 동 시점 부채비율은 33.5%에 그칠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룹의 최대 현안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만 봐도 M&A 주체가 대한항공인 만큼 한진칼이 따로 대규모 자금을 쓸 일도 없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한진칼이 확보한 유휴자금을 그룹사 지배력 강화에 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그룹내 물류업체인 ㈜한진의 경우 현재 최대주주 한진칼의 지분율이 24.16%에 그친 터라 2대 주주인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9.79%)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아울러 ㈜한진은 최근 고금리 부담에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 추후 한진칼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CB는 채권 보유자가 의사에 따라 발행권자(㈜한진)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한편 한진칼 측은 구체적인 부동산 매각사유를 묻는 딜사이트의 질문에 "공시된 내용 외에는 밝힐 사안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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