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도전설 솔솔
독일 인증 기관에 전장용 반도체 개발 기능 안전 인증...SIC센터에서 설계 담당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18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1999년 반도체 사업을 접었던 LG가 다시 한번 반도체 분야에 도전한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과 손을 잡고 인재 확보에 나서는 등 반도체 사업 진출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자사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반도체 개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차량용 및 초거대 AI 반도체 설계에 공을 들이는 등 팹리스로 사업 방향이 향하고 있다. 


◆ AI 반도체 설계기업들과 파트너십


지난 7일 LG AI연구원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퓨리오사AI와 차세대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관련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연구 진행에서 협력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 발굴도 진행한다.


초거대 AI란 챗GPT처럼 기존 AI보다 더 많은 대용량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이 가능 인공지능이다. 초거대AI를 안정적으로 구동시키려면 이에 최적화된 AI반도체가 필요하다. LG AI연구원과 퓨리오사AI는 초거대 AI에 쓰일 반도체 개발을 위해 협업할 계획이다. 향후 LG AI연구원은 퓨리오사AI가 개발 중인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enegade)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기반의 '생성형 AI' 상용 기술을 검증하게 된다. 퓨리오사AI는 내년 상반기 2세대 AI 칩인 레니게이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캐나다의 AI 컴퓨팅 설계기업 텐스토렌트와 손잡고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협업을 통해 개발되는 AI 반도체는 향후 LG전자의 스마트TV와 차량용 전장부품,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된다.


◆ 반도체 인력확보 25년만에 반도체 시장 도전?


지난 27일에는 '한국반도체테스트학술대회'에 참여해 잡페어를 열고 전기전자공학·반도체공학 석사 이상 학위 보유자를 대상으로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개발, DFT(Design For Test) 설계 연구원 등의 직무 인원을 모집하는 등 인재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LG그룹이 반도체 연구 및 사업에 힘을 쏟자 조만간 반도체 사업에 재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LG그룹은 1989년 금성일렉트론(옛 SK하이닉스)을 설립해 90년대까지 삼성전자,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와 함께 국내 반도체 업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타격을 받았던 1999년 당시 정부 등이 주도한 산업 구조조정에 의해 현대전자와 합병되면서 사업을 강제로 접어야 했다. 향후 SK그룹이 현대전자를 인수한 후 SK하이닉스로 재출범시켰다. 


LG가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한 지 25년째다. 


LG그룹은 이미 자체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해오고 있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SIC센터를 통해서다. SIC센터에서 개발한 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LG 올레드 TV에 적용된 'a9(알파나인) AI 프로세서'다. 


LG전자 SIC센터 (출처=LG전자)

◆ 전장사업 바탕으로 반도체 팹리스 도전?


LG그룹이 전장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후 2021년부터는 센터 내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독일 시험인증전문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전장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기능안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전장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김진경 LG전자 SIC센터장 상무는 지난해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기능과 안전성까지 확보했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앞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하며 전장용 반도체에 관해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미 LG그룹이 여러 자동차 제조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여러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설계)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생산)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생산까지 직접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아직 LG전자가 직접 설비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이 없는 데다 퓨리오사AI와 텐스토렌트 등 반도체 설계 업체와의 협업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다만 LG전자 측은 아직 팹리스를 목표로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한 것을 아니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TV와 가전을 비롯한 자사 제품들에 사용될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팹리스처럼 여러 제품들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