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각그랜저의 귀환 그리고 레트로 열풍
브랜드 정체성 강화·판매 흥행…두 마리 토끼 잡나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2일 10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 1세대 각그랜저(왼쪽)와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 (출처=현대자동차그룹)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타임슬립(Time-Slip)은 영화 속 단골 소재다. 관객들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시간여행에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열광한다. 그런데 최근 소비산업 전반에 레트로(Retro) 열풍이 들불처럼 빠르게 번져나가면서 일상에서 종종 과거의 추억들과 조우하기도 한다.


레트로는 추억이나 회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trospect'의 줄임이다.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지나간 과거의 전통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는 흐름을 말한다. 음악이나 패션, 방송 등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하며 하나의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기업들이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단순히 문화의 영역을 넘어 소비산업 전 부문에 걸쳐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을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해 소비욕구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국내 완성차 1위 기업 현대자동차도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1월 7세대 그랜저인 '디 올 뉴 그랜저'를 출시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2016년 6세대 그랜저 시판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야심 찬 7세대 모델이다. 특히 1986년 출시된 이른바 각 그랜저로 불린 1세대 모델의 외관을 계승한 것이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으로 출시된 1세대 그랜저는 당시 '회장님 차'라는 꼬리표가 달릴 만큼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로망이었다. 현대자동차는 7세대 그랜저에 1세대 모델 디자인을 적용해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미래가치를 담았다고 포장했다.


이러한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출시 전부터 사전 대기고객만 11만명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혁신 기술이 빠르게 발달할수록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잘 먹힌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반대급부로 감성에 대한 충족 요구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레트로는 적응에 대한 피로감에서 탈출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 중 하나다. 낡고 촌스럽게 여겨졌던 것들이 오히려 신선하고 의미있는 가치로 다가온다. 


현대자동차의 과감한 레트로 마케팅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다. 리뉴얼된 각그랜저는 추억의 감성을 자극할 디자인에 온갖 IT 첨단기술을 접목했다. 


외관 디자인은 1세대 각그랜저의 '오페라 글래스'라 불리는 C필러를 적용해 측면부 생김새가 흡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 실내는 전면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 디스플레이로 꾸몄다.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컨트롤러와도 조화를 이루며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뽐낸다.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녹아 들어간 셈이다.


7세대 그랜저 출시는 테슬라 등과 같은 신흥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한 견제 의미도 담겼다.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들은 역사가 깃든 모델을 중심으로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제고해왔다. 이러한 영역은 후발업체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무기다.


일각에선 레트로 마케팅을 추억팔이로 치부한다. 하지만 제품을 현대적으로 참신하게 재해석하고 첨단기술까지 더한다면 그건 더 이상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향수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옛 것을 진부하다고 보는 젊은세대의 편견까지 극복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오래된 유산인 각그랜저를 필두로 한 현대자동차의 과감한 마케팅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 강화와 판매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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