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재무통' 김민철 사장, 곳간 3년 더 지킨다
사내이사 재선임, 재원 및 자원 재배치 능한 지주사형 CFO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15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민철 ㈜두산 대표이사 사장 (제공=두산그룹)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두산그룹의 곳간지기 김민철 ㈜두산 대표이사 사장이 3년 회사의 재무 전략을 총지휘 한다. 김 사장은 2020년부터 ㈜두산 지주 부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온 재무통으로,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 받으면서 장수 CFO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두산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원 두산 회장과 함께 김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 할 예정이다. 김 사장 재선임 사유에 대해 회사 측은 "그룹 일선에서 재무 관리 역량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1964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은 김 사장은 ㈜두산에서만 35년 가량 근무한 '순혈' 두산맨이다. 그와 함께 두산 3대 CFO로 꼽히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과 조덕제 두산밥캣 부사장이 외부 출신이고 주요 사업 회사들을 돌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아울러 김 사장의 경우 그룹 차원의 자산 및 재원 재배치와 경영효율화에 특화된 지주사형 CFO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김 사장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두산에 입사, 17년 만인 2006년에 임원을 달았다. 2011~2017년에는 사업 부문에서 경영 전략을 지휘했고,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부터는 지주 부문 CFO를 맡으면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번지기 시작한 유동성 위기를 진화할 소방수로 등판했다. 


이후 2020년 사장에 오르며 명실상부 ㈜두산의 2인자로 자리매김, 다수 자산 매각과 유상 증자를 주도했다. 현재 ㈜두산은 최고경영자(CEO)와 사업총괄(CBO), CFO로 구성된 3인 각자대표 체제지만 당시에는 CEO와 CFO 투톱 체제였다. 2018년 재무 개선 작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CFO를 사실상 CEO와 맞먹는 중책으로 격상시켰고, 이러한 기조는 계열사 전반으로 확장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사장은 2010년대부터 불거진 두산의 재무 위기를 목격한 산증인일 뿐만 아니라 지주사 차원의 대응을 핸들링한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무엇보다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두산퓨얼셀 인적분할이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전지 소재인 동박과 수소 연료 전지를 각각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이들 회사는 ㈜두산의 사업부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이후 친환경 열풍에 힘입어 몸값이 7~8배 이상 폭등했다. 이는 ㈜두산이 두산솔루스 매각을 통해 수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두산퓨얼셀 지분을 두산에너빌리티에 무상 증여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본을 확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두산의 자산 매각과 재배치를 통해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재기를 도왔다. ▲두산타워 매각(약 8000억원) ▲두산솔루스 매각(약 2400억원) ▲모트롤 BG(Business Group) 매각(약 4500억원) ▲산업 차량 BG 매각(약 7500억원) 등 굵직한 자산 유동화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지원 사격의 실탄을 마련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등 핵심 계열사들이 안정되면서 ㈜두산의 재무지표도 대폭 개선됐다. 김 사장이 CFO로 부임하기 전인 2018년 말만 해도 ㈜두산의 부채(연결 기준)는 22조원에 육박했고 부채 비율은 300%를 상회했다. 약 1조3500억원의 차입금(별도 기준) 중 90% 이상이 순차입금이었고, 순차입금 비율은 5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부채는 17조원대로 축소됐고 부채 비율은 152.4%로 떨어졌다. 차입금(별도 기준)의 경우 1조1574억원으로 규모의 감소 폭은 크지 않았지만, 순차입금(8947억원) 비율이 30% 아래로 낮아지며 이자 부담은 한층 완화됐음을 시사했다. 이 기간 현금 동원력을 의미하는 유동 비율은 87%에서 100.1%로 회복됐다. 채무 상환 능력이 100%라는 이야기다. 


김 사장의 유임은 이 같은 성과로 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낸 결과인 한편, 연속성 있는 재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있다. 두산이2022년 2월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에 끝마치기는 했지만 이제 막 2년이 넘은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잇따른 사업 매각으로 저하된 수익창출력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일단 2019년까지 연간 1000억원 이상은 되던 배당 수익이 없어진 데다 떠나보낸 캐시카우를 대체할 신성장 동력을 다시 육성 중인 상황이다. ▲산업용 로봇(두산로보틱스) ▲수소 드론(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물류 솔루션(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 신사업 투자 부담 속에서도 양호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김 사장에게 지워진 중책이다.


그나마 현재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 및 신용도 상승에 힘입은 자금 조달 '홀로서기', 두산로보틱스 상장 등으로 계열사 지원 부담이 낮아졌다. 문제는 자체 사업의 수익성 약화다. 지난해 ㈜두산은 종속 회사들의 호조 덕분에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액(19조1301억원)이 전년 대비 12.6%, 영업이익(1조4363억원)은 27.6% 늘어났다. 하지만 별도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9871억원으로 같은 기간 8.4% 줄었고, 영업이익은 246억원으로 66% 급감한 까닭이다. 


최영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은 성장 사업에 투자를 집행하는 가운데 2022년 반도체 후공정 업체(두산테스나)을 인수하는 등 축소된 사업 기반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산업의 성숙도와 이익 창출력 등을 고려하면 보완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거 대비 저하된 이익 창출력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올해 대규모의 차입금 상환이 예정돼 있다. ㈜두산의 회사채 미상환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714억원이며, 이중 1년 이하물이 5030억원이다. 5000억원 이상을 상환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봤자 9월까지라는 얘기다. 다만 보유 현금은 2626억원이라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절반이 보호예수가 풀림에 따라 해당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주문한 재무구조 강화를 위한 노력 지속, 사업을 통한 현금창출력 강화, 신산업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외에는 따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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