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홀딩스, 소액주주 외침에 답할까
지난해 배당액 놓고 소액주주와 표 대결…㈜농심 배당 동결에 주목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7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 사옥 전경(제공=농심)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지난해 소액주주와 표 대결까지 갔던 농심홀딩스의 올해 배당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자회사로부터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아 곳간 사정이 풍족한 반면 정작 주주들에게는 인색한 배당을 실시해 주주들과 마찰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이와 비슷한 수순이 예상된다. 농심홀딩스의 최대 캐쉬카우인 '㈜농심'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배당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농심홀딩스가 배당 규모를 둘러싸고 주주들과 갈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농심은 2023년 결산 배당금을 총 289억원(1주당 5000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책정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농심은 앞서 2004년 결산배당부터 18년째 주당 4000원을 이어오다, 2022년 주당 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농심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농심 보고서를 낸 증권사 4곳(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을 평균 3조4148억원, 영업이익을 2281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각각 9.1%, 103.3% 급증한 수치다. 


미국 등 해외에서 신라면 소비가 늘어났고, 국내에선 '안성탕면 순하군', '소금빵' 등 신제품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실제 지난해 신라면 해외 매출은 해외 법인과 국내 수출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특히 미국 법인의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신라면 해외 매출 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도 안정화하며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농심이 매입한 소맥과 팜유 가격(지난해 3분기 누적)은 각각 228원, 86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16.7%씩 하락했다.


증권사들은 회사의 배당성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농심의 순이익은 평균 1924억원, 배당재원에 사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은 2조3611억원으로 같은 기간 65.8%, 7.4%씩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농심의 2023년 배당금이 동결되면서 배당성향은 15%로 일년 만에 9.9%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 수준(15.6%)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소액주주 "농심홀딩스 배당금 늘려라"


농심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 주요 수익원은 종속·관계·공동기업에서 수령하는 배당금이다. 앞서 농심홀딩스는 2004년부터 1주당 2000원의 배당(총 92억8000만원)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2500원으로 25% 늘렸다. 총 배당금 역시 115억9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농심에서 받아오는 배당금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농심홀딩스는 2022년 관계회사인 ▲㈜농심(99억5000만원) ▲율촌화학(19억8000만원), 자회사인 ▲농심태경(62억원) ▲농심엔지니어링(19억5000만원) ▲농심개발(16억9000만원)로부터 결산 배당금을 받아 회사의 배당재원으로 활용했다. 


문제는 주력 계열사인 ㈜농심이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하게 책정하면서 농심홀딩스의 배당 재원이 동결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농심보다 규모가 작은 율촌화학, 농심태경, 농심개발은 2023년 실적이 뒷걸음질쳐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작년 3분기 누적기준 율촌화학의 순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고, 농심엔지니어링은 적자전환했다. 농심개발은 순이익이 10.7%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농심홀딩스가 그간 '짠물배당'으로 주주들과 마찰을 빚었던 만큼, 올해도 배당 규모를 둘러싼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농심홀딩스의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3월 열린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당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하고, 발행 주식을 10분의 1로 액면분할 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다만 표 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시장 관계자는 "실적과 연동된 배당정책의 경우 예측 가능성을 통해 주주 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농심홀딩스가 다른 그룹과 달리 외부에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이 없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발표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농심홀딩스의 배당금 규모가 전년과 동일하거나 축소된다면 소액주주들이 또 다시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배당금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심홀딩스의 지난해 9월말 개별기준 이익잉여금이 2841억원에 달하는 데다, 농심이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어 추후 배당금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 회장이 지분 42.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장남 신상열 상무도 1.41%를 갖고 있다.


농심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농심홀딩스의 세부 배당내역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선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농심의 경우 2022년부터 배당금을 늘리며 주주가치 제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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