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對기업]
포스코·현대제철
이익률 격차 확대 배경은
현대제철, 그룹에 의존하는 동안 포스코 '공급처 다각화'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5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국내 양대 고로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이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양사 모두 지난해 극심한 전방산업 침체와 높은 원자재 가격 등의 여파로 실적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포스코는 그나마 안정적인 이익률을 유지하며 버틴 반면 현대제철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이익률이 추락했다. 그 동안 현대제철의 안정적인 이익 기반 역할을 해왔던 높은 그룹 의존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형세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는 2019년 별도기준 연간 영업이익률 8.5%를 달성했다. 전년대비 3.9%포인트(p) 하락한 수치나 여전히 5%대 이상의 이익률을 유지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이 1.5%까지 추락했다. 이에 양사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7%까지 벌어졌다. 2015년 포스코보다 높은 이익률을 내기도 했던 현대제철 입장에서 속이 탈 만한 일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최근 전반적인 수요산업 침체와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원가 부담 확대 등은 양사의 공통된 골칫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이익률 격차가 확대된 가장 큰 요인은 현대제철의 높은 그룹 의존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첫 고로사업에 진출한 현대제철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의 든든한 지원으로 파죽지세의 성장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버팀목이었던 현대자동차가 중국발(發) 실적 추락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현대자동차는 자사 이익 하락을 명분 삼아 2017년 하반기 이후 단 한번도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다. 이 기간 철강은 지속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으나 사실상 현대제철이 내부적으로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포스코와의 이익률 격차 확대가 본격화된 시점이기도 하다.


현대제철 철강제품 가운데 자동차강판 생산 비중은 약 48%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90%를 현대기아차에 공급한다.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자동차강판은 연간 500만톤 수준을 웃돈다. 결국 현대기아차의 실적 추락은 방어막도 없는 현대제철에 고스란히 직격탄이 됐다.


현대제철의 또 다른 고로제품인 후판 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제철은 후판사업 진출 이후 연간 120만~150만톤 가량의 조선용 후판을 현대중공업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연 후판 생산량이 260만톤 전후임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을 현대중공업에 의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현대중공업과의 후판 가격협상은 상하반기를 통틀어 톤당 3만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원료가격 급등으로 늘어난 톤당 6~7만원 이상의 생산원가 부담을 제품가격에 절반도 전가시키지 못한 것이다.


반면 포스코는 현대제철의 고로사업 진출 이후 공급처 다각화에 집중해왔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은 연 70만톤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물량은 10곳 이상의 해외 완성차 업체들에게 골고루 뿌려진다. 포스코가 현대제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포스코는 조선향 후판 공급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루트를 다양화하며 위험부담을 줄이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수출물량이 많은 포스코는 환차익이라는 덤까지 얻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고로사업 진출이 오히려 포스코의 공급 루트 다각화의 기폭제가 됐다. 현대제철의 경우 그룹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향후에도 안정적 실적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은 뒤늦게 매출처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강판 물량 확대 등을 통해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자 노력 중이다. 현대제철은 2017년 37만톤의 자동차강판을 글로벌 자동차사에 공급했다. 올해는 고객 다변화와 고부가 강종 확대를 통해 100만톤까지 판매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룹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고 수익성을 증대한다는 목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그룹 수직계열화 완성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으나 현재는 이 부분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제철이 독자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그룹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고 수익 다각화 구조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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