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30년대 중후반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독자 항공 엔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45년여 간 항공엔진 1만대를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 삼아 수년 내 첨단항공엔진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2일 창원 1사업장에서 항공 엔진 1만대 출하식 사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1만번째로 공군 TA-50 훈련기용 F404 엔진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를 시작으로 45년여 동안 이곳 창업 1사업장에서 항공기와 선박, 미사일 등에 탑재되는 엔진 등을 생산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엔진 설계 및 해석 ▲소재 및 제조 ▲시험 및 인증 등 항공 엔진 전반에 걸친 기반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도 미사일 엔진, 보조 동력 장치(APU) 등에 탑재되는 1800대 이상의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 생산했다. 아울러 공군의 주력기 엔진 생산과 함께 총 5700대의 엔진을 유지 보수 및 정비(MRO) 하는 등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진 설계부터 소재 및 제조, 사후 관리까지의 통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트 항공사업부장도 "항공 엔진 부품과 항공 엔진을 다 만드는 국내 업체는 자사 뿐이기에 우리가 곧 역사"라며 "기술 면허로 생산하기도 했지만 독자 개발한 엔진 11종, 해외 기술 협력으로 개발한 4종을 항공 엔진 체계 종합 역량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화한 항공 엔진 부품은 132개 품목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엔진 1만대 생산 및 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5000파운드급 엔진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해외 업체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국산화 기술 협력 생산에 주력해 왔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전투기급 엔진 기술 확보와 자주적 생산에 나서 2029년경 15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항공 엔진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김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업1사업장은 "해외 연구소 및 국내 산학 연구 센터 설립과 항공 엔진 설계 시스템 고도화 투자 등 과제도 진행 중"이라며 "3만파운드급 한국형 수송기 엔진 등 다양한 파생형 엔진 개발을 통해 관련 산업계도 육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수십여 개의 업체들과 함께 항공엔진 분야의 생태계를 조성해 첨단 독자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무인기와 민항기 엔진 등을 추가로 개발하는 중장기 전략도 공개했다. 나아가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 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의 핵심 기술인 '엔진 일체형 전기 시동 발전기(E2SG)', 세라믹 복합 소재 개발 등 선행 기술도 확보해 미래 전장 사업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국내 항공기 제조 산업은 많이 성장했지만, 엔진은 아직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에 그치고 있다"며 "아직 일부 국산화에 성공해 납품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독자 엔진 개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진은 항공기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기계 항공 기술의 융합체로, 결국 모든 작전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라며 "5년 뒤인 2028년까지 매출 16조원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항공 엔진 시장은 선진국 소수 업체가 지배력을 영위 중이며, 독자 엔진 보유국은 미국·러시아·영국·우크라이나·중국·프랑스 6개국 뿐인 실정이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 엔진 기술은 아직 설계·소재·시험·인증 관련 역량 부족으로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F-21 블록3급 전투기 및 무인 전투기에 적용 가능하며 향후 6세대 전투기용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1만5000파운드 이상급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첨단 항공 엔진 개발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을 2028년까지 80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산학 연구 센터도 운영해 국내 항공 엔진 R&D 인력 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엔진 개발 간 효율 향상과 빠르고 정확한 성능 최적화 설계를 가능토록 하는 AI 기반 항공 엔진 통합 설계 플랫폼도 구축해 활용할 방침이다.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 다양한 국방·경제·산업 효과가 기대된다.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 등 수출 제약 해소와 기술 주권 확보, 6세대 전투기 적용 등으로 국가 안보에 기여할 수 있고, 독자 엔진을 보유한 7번째 국가로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친환경 선박 적용, 첨단 소재 산업 발전, 유무인 항공 체계 수출도 이뤄질 것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대 중이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원천기술은 동일하므로 함정, 민항기, 한국형 수송기 등에 들어갈 파생형 엔진 개발이 가능하다"며 "항공 산업이 7조5000억원 수준이라면 20~30%는 엔진 몫이며, 항공기 산업의 전체 파급 효과(생산 유발 지수 등 포함 시)는 15조~37조원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발비만 5~6조 들어가고 독자 개발에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그것도 R&D 과제를 추진하고 있기에 국가 전략 기술로 격상하는 등 항공 엔진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범부처 R&D 거버넌스 구축 등 강력한 지원을 기대하며, 이를 기반으로 산학계의 역량이 결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일 창원 1사업장에서 '항공 엔진 1만대 출하식'을 개최했다.  출하식 이후에는 KF-21에 장착할 F414 엔진을 생산하기 위한 스마트 엔진 공장 착공식도 진행했다. 내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로 조성할 해당 공장은 정보 기술(IT) 기반의 품질 관리와 물류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지어진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영상을 통해 "항공 엔진은 극소수의 국가만 보유한 첨단기술의 집약체이자 항공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라며 "한화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은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축사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은 "육해공군과 정부, 참여 업체 모두의 힘을 모아 해외에 의존했던 항공 엔진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국내 항공 산업과 방위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inq@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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