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와 FTA 체결…GS칼텍스 수혜 입나
정유 4사 중 UAE 원유 도입량 가장 많아, 10년간 관세 3% 철폐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5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GS칼텍스의 원가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고 있다. GS칼텍스가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UAE산 원유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데다, 최근 UAE 토후국 중 하나이자 석유 수출의 중심지인 아부다비와 긴밀하게 협력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었다. 중동 국가와는 처음 체결한 FTA다. UAE의 핵심 수출 품목인 원유 관세를 1년에 0.3%씩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은 수입 원유에 3%의 관세를 매기는데, 올해 1~10월 기준 원유 도입량의 10.7%가 UAE산이다.


이번 FTA로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GS칼텍스다. UAE산 원유 도입량이 가장 많은 곳이어서다.


GS칼텍스의 경우 중동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아부다비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21년에는 국내 정유사들 중 유일하게 머반 원유 선물 거래소 설립에 참여했다. 머반 원유는 아부다비에서 생산하는 대표적 유종이다. GS칼텍스의 2020년 수입량(약 2억6000만배럴) 중 13%를 차지하며 단일 유종으로는 최대 비중이다.


GS칼텍스의 모기업인 GS에너지는 머반 원유를 생산하는 2개 육상 광구에 지분 취득 등을 통해 참여 중이다. 여기에는 UAE의 최대 원유 생산 광구인 '아부다비 육상석유운영회사(ADCO) 생산 유전'도 포함된다. GS칼텍스는 해당 광구를 통해 2015년부터 40년간 원유 5억6000만배럴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초 한-UAE 정상 회담 기간, 양국 국영 석유 기업들이 맺은 '공동 비축 사업 계약'도 호재다. 한국석유공사 여수 기지에 UAE 국영 석유 기업 ADNOC의 원유를 유치, 판매하고 석유 수급 위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계약 물량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GS칼텍스도 여수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만큼 수혜 대상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정유사들은 마진과 생산성, 운영·유통 비용 등의 역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도입 원유의 국가별 물량이나 비중, 석유 제품 수출량을 대외비로 하고 있다. 일부 정유사들은 공급선 다각화에 따라 예전처럼 중동 의존도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SK에너지 측은 같은 계열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스폿 거래로 원유를 들여오는 물량을 늘리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재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원유를 적극 도입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동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SK에너지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쿠웨이트산 원유 구매에만 20조2268억원을 지출했고, 이는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70%에 달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미 2020년 2대 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20년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에쓰오일의 경우 대부분의 원유를 모기업인 아람코로부터 공급 받는다.


실제 우리나라의 UAE산 원유 도입 비중은 올해 들어 대폭 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4위(7756만배럴, 7.9%), 2021년 5위(5681만배럴, 5.9%), 2022년 5위(8524만배럴, 8.3%)였으나 올해는 1~10월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에 이어 3위(8895만배럴)로 올라섰다. 수입 물량은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한국향 원유 수출 톱5 국가(미국·사우디·이라크·쿠웨이트·UAE) 가운데 지난해 대비 원유 수입 물량이 증가한 나라는 UAE 뿐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이미 지난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수입한 원유 중 중동산이 67.4%를 차지하며 2016년 이후 6년 만에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의 경우 고품질은 아니지만 비교적 싸고 가까운 곳에서 안정적으로 수급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국내 정유 공장들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이 급감하자 정유사들이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게 된 추세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관세가 0.3%라도 인하되면 (수입하는 쪽의) 원가 경쟁력이 확대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며 "공정이나 배합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겠지만, UAE산 원유가 다른 원유들과 같은 가격일 때 관세라도 낮아진다면 당연히 우선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해가 갈수록 관세 인하율이 누적되면서 원가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는 원론적 관측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납부한 원유 수입 관세 중 절반 이상을 석유 제품 수출 시 환급 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아직 관망세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10년간의 점진적 관세 철폐를 검토 중인 만큼, 당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국제 유가에 영향이 미치거나 장기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면 (UAE 원유 도입 또는 수입량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GS칼텍스가 밝힌 올해 3분기 원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82달러로, 아직은 경쟁사들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SK에너지는 배럴당 83달러, HD현대오일뱅크는 80달러, 에쓰오일은 85달러다.


한편 이번 FTA는 걸프협력회의(GCC) 차원에서 논의돼 왔으나, UAE가 단독 체결하면서 다른 중동권 국가들과의 협의는 요원해진 상황이다. GCC에는 SK에너지의 원재료 의존도가 가장 큰 쿠웨이트도 포함돼 있다.


GS칼텍스 여수 공장 (제공=GS칼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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