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초읽기' 현대차, 핵심은 고용보장
전기차 중심 전환 가속화 속 대규모 해외투자 불안감 자극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9일 16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현대차노동조합)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반기 시작부터 파업 우려에 휩싸였다. 노동조합과 올해 임금·단체협약협상(이하 임단협)을 놓고 13차례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어느 때보다 이번 교섭이 쉽지 않은 것은 고용보장에 대한 상호간 접점을 찾는게 녹록지 않은 까닭이다.


현재 노조는 파업권 확보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최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전체 유권자 4만8599명 가운데 4만3117명이 참여(투표율 88.7%)해 3만5854명이 찬성표(찬성률 83.2%)를 던졌다. 쟁의행위란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파업, 태업 등이 이에 속한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해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노조는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통상적으로 쟁의조정을 신청하면 조정기간은 10일이다. 조정기간의 연장 등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다음주 초에 결정이 내려진다.


이번 노사간 교섭의 화두는 임금인상과 고용보장 여부가 크다. 지난해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임금동결에 나섰던 노조는 올해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금인상보다 고용보장에 대한 요구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과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자리 보장은 노조가 최근 들어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무분규로 교섭을 마친 이후 채택한 '노사 공동발전과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문'에도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을 핵심사항으로 넣었다. 지난달에는 전국금속노조 기아지부, 한국지엠(GM)지부와 함께 정년연장 국회 입법화를 위한 청원운동에 돌입했다. 국민연금 수령시기와 연계한 정년연장 법제화를 정치권에 촉구하는 게 골자다.


최근 들어 고용문제를 놓고 노사간 마찰이 잦아진 데에는 전기차(EV) 중심으로의 체질개선이 자리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약 30% 적다. 구조가 단순해 생산인력이 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선포했다.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기반의 한 전기차 '아이오닉5(IONIQ5)' 출시를 시작으로 전기차 전용 라인업의 본격적 확대에 나선다. 현대차는 올해 E-GMP를 적용한 전용 EV를 기반으로 세단,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라인업을 다변화해 판매를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는 8개 EV 차종을 선보이고, 2025년에는 차종을 12개 차종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판매량도 56만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기차로의 전환 움직임은 가시화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의 변화도 일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은 전기차 생산설비 설치공사를 위해 8월6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축구장 243배에 달하는 183m2 면적의 아산공장은 현대차의 대표모델인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생산능력은 30만대 수준이다.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 발표는 노조의 고용불안 우려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됐다. 현대차는 그룹차원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과 생산설비 확충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5년간 총 74억달러(한화 8조1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교섭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측은 노조가 납득할만한 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측은 고용보장 문제에 민감하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한 반면, 고용보장에 대한 부분에서는 진척된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산업패러다임 전환 속에 완성차 생산에 투입되는 필수인력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측 관계자는 "정년퇴직자 발생 등으로 인력이 자연감소될 것으로 예상돼 인위적인 구조조정에는 나서지 않을 예정"이라며 "미래차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인력은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