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효과 점검
뒤늦게 찾아온 회사채 강세…순발행액 7조↑
①'문전성시' 이룬 발행시장…금리인하 전망에 국고채 역마진, 자금 몰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07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9조6200억원.


2024년 새해 첫 달 주요 대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을 찾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금액이다. 올해 미국과 우리나라 등 주요국 금리 인하 전망에 힘입어 기관의 채권 매수세가 강해지자, 기업들이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발행시장은 한 달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연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로 다소간 긴장감이 흘렀지만, 이후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채까지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회사채 강세가 펼쳐졌다.


◆ 50여개 기업 회사채 시장 찾아…투자수요 '52조' 뒷받침


1일 금융투자협회·코스콤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것)은 7조10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1조7472억원 규모 순발행을 기록한 뒤 ▲7월 -1조2827억원 ▲8월 -260억원 ▲9월 -1251억원 ▲10월 -2조8410억원 ▲11월 -2조1396억원 ▲12월 -8010억원 등 6개월 연속 순상환 기조를 나타낸 상태였다. 회사채 시장이 반년 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첫 회사채 주자로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 달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은 총 53곳에 달한다. 1월에 휴일을 제외하면 22영업일이 있었는데, 하루 평균 2.4개 기업이 수요예측을 진행한 셈이다. 이들 기업이 회사채 시장을 통해 모집한 금액(신고금액 기준)은 9조62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첫 달 28개 기업이 4조6550억원 모집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회사채 발행기업 수와 발행액 모두 두 배 수준으로 껑충 뛴 것이다.


회사채 발행물량이 한 달 내내 쏟아졌지만, 수급상의 부담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관의 넉넉한 투자수요가 발행물량을 모두 소화해 내면서다. 이 기간 수요예측에 몰린 매수주문은 총 52조7160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연초 최대 매수주문 기록이 연일 경신되던 것과 같은 폭발적인 매수세는 아니지만,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는 평균적으로 1조원 수준의 견조한 투자수요가 몰렸다. 가장 많은 자금을 받은 곳은 지난달 30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호텔신라(1조7600억원)였다.


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는 한 달 내내 4.0% 안팎을 유지,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도 74~75bp(1bp=0.01%포인트) 사이에 머물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회사채 투심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1월에 회사채 공급물량이 대거 몰렸지만 투자수요가 뒷받침되면서 회사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 태영건설 사태 진정되자 '안도'…국고채 '역마진'에 회사채 부각


연초 회사채 시장이 처음부터 강세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1월 첫째 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별민평금리보다 높은 '오버 금리'에서 모집액을 채운 데 이어 한화솔루션은 5년물 모집액(400억원)에 미달되는 주문(300억원)을 받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의 매수세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1월 중반 이후 SK렌터카, E1 등 A+ 등급에서도 조(兆) 단위 수요가 몰리는 등 점차 매수세가 강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한 대형 증권사 본부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태영건설 사태로 1~2주가량은 회사채 시장에서 경계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장이 안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설 연휴까지는 무난하게 강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기관의 매수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시장 안팎에선 조기 금리 인하를 내다보면서 대규모 채권 매수가 이뤄졌지만, 고금리 장기화 국면이 펼쳐지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지나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우리나라 한국은행 모두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국고채 금리는 모든 만기에서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고채 3년 금리가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밑도는 역캐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크레딧 채권 캐리 수요를 높이고 있다"며 "조달금리가 국채금리를 웃도는 역캐리 구간에서는 국고채보다 절대금리 매력이 높은 크레딧 채권 수요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국고채 3년 금리는 3.261%, 3개월 CD 금리는 3.6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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