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공든탑도 무너진다
이재용 '뉴삼성' 철학, 삼성 내부에 스며들어야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10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2023.12.15/(제공=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프로 축구 명가인 '수원 삼성'이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수원은 한 때 국가대표급 스타선수들을 모아 최고의 팀을 만들면서 스페인 최고의 축구 팀인 '레알마드리드'와 닮았다며 '레알 수원'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화려한 팀이었다. 선수단 지원도 최고였고, 모든 유망주들이 수원을 동경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수원이 갑자기 강등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원이 힘들어진 시기는 꽤 오래됐다. '최순실 사태' 이후 구단의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교체되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맸고, 2016년 7위, 2017년 3위, 2018년 6위, 201년 8위를 기록하면서 조금씩 팀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비단 축구 뿐 아니라 야구팀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9위-9위-6위-8위 등 가을 야구가 멀어진 지 오래다.


문제는 단순히 축구팀이 강등이 됐다는 점이 아니다. 투자가 줄었으니 당연히 삼성 그룹 내에 스포츠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잘못됐다. 수원 삼성은 지난 시즌 강등 당하기 전에도 타 구단 대비 돈을 적게 쓰지도 않았다. 수원이 리그 10위를 기록한 지난 시즌 지출한 선수 연봉은 약 88억7500만원으로 중위권 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비효율적인 감독 선임 정책으로 팀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했다.


팀의 철학에 맞는 전술을 구사할 감독을 선임하고 그에 맞는 선수를 뽑아 일관성 있게 팀을 이끌어 갔어야 했다. 하지만 과거 수원에 몸 담았던 이들을 선택하는 '리얼 블루' 정책을 통해 레전드 출신의 감독을 앉혔고, 결국 전술과 철학 없이 팀을 운영하다가 강등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등 과정에서도 팀의 레전드인 염기훈 선수를 감독 대행으로 앉혀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비판도 겪었다. 팬들과의 소통도 원활치 않으면서 팬들의 분노도 커졌다.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삼성의 모습이 현재 삼성 그룹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닮았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인해 경영 전반에 나서지 못하면서 '뉴삼성'의 철학이 삼성 곳곳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역대급 투자를 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는 좋지 못하다. 고위 경영진들도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으면서도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경영 철학이 녹아들면서 글로벌 기업에 맞는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가야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 환경은 불투명하고, 국내에서도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삼성은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에게 HBM 시장을 내주고, 파운드리 역시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로봇, 의료 등 신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삼성전자도 수원 삼성처럼 중위권에 머물다가 조금씩 기업이 무너지면서 어느 순간 강등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동안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과 반도체 시장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글로벌 1위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1위라는 자만이 이어진다면 오랫동안 힘들여 쌓아올린 공든탑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지난 10년의 성공이 향후 1년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가 AI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도체 내부에서도 다시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장 1등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수원삼성도 올해가 변곡점이다. 시간이 늦어지면 반등의 기회도 없어진다. '명문'의 이름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공든탑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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