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의선의 '두 마리 토끼 잡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대대적 설계변경…선대 회장 사업 이어받되 효율성 개선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8일 10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2014년 현대자동차가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였을 당시, 시장은 경악했다. 조 단위의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면서 현대차의 이사회도 거치지 않았다는 외국인 투자자의 불만도 많았지만 당시 쏟아 부은 자금이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무려 10조5500억원이다.


한전 부지 면적이 7만4148㎡인 것을 고려하면 3.3㎡당 4억6953만원을 지급한 셈이다. 이는 최근 부동산 광풍으로 서울 땅값이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인수한 르메르디앙서울 부지의 3.3㎡당 인수가는 1억5231만원이다. 르메르디아서울이 위치한 부지(신논현역 인근)에 비해 삼성동 한전 부지의 입지가 양호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세 배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다.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수주 물량 중에서도 공사비가 10조원에 육박하는 프로젝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는 격찬을 받았던 UAE 원전건설이 3조9886억원 규모로 한전 부지 매입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시 시장의 반응도 한전 부지 매입비가 너무 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경쟁자로 거론됐던 '삼성의 부추김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갔다', '한전 부지가 아니라 한국전력으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현대차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인 현대차는 이곳에 높이 569m·105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1개동을 짓기로 했다. 여기에 숙박·업무 시설 1개동, 전시·컨벤션·공연장 등 5개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외부에는 초고층 빌딩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10조원이라는 투자비용을 뛰어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10조원으로 '7년 전에 해외 유수의 자동차 기업을 샀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수소, 전기차 투자로 돌려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인지 7년이 지났고 GBC 건설은 완전히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에 이어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정의선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GBC 건설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여러 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70층 2개동 혹은 50층 3개동으로 설계를 대폭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105층 건설이 여러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는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초고층 빌딩 건설이라는 과업을 이어받되, 같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혀진다.


우선 105층 건설은 상징성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건축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초고층 건물은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보통 70층이 넘어갈 때, 그리고 100층이 넘어갈 때 공사비가 크게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층짜리 1개동을 짓는 것보다는 50층이나 70층짜리 건물 여러 개를 짓는 것이 3.3㎡당 공사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똑같은 공사비를 투입하고도 건물 연면적을 대폭 늘리면서 자사 인력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임대 수익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규제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국방부는 GBC를 260m 이상의 높이로 지을 경우 군 레이더가 일부 차단된다며 현대차 측에 레이더 설치와 관리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어찌 보면 삼성동 한전 부지는 정몽구 회장이 아들에게 넘겨 준 과오일 수 있다. 이미 부지 매입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고 여기에 어떤 방식의 재개발이 이뤄지든 단기간에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0조원을 쏟아 부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높이와 상징성 등 보여주는 이미지에 집착한 경향이 있었고 주변에서 이를 막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정의선 회장이 이 같은 과시욕을 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는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대한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의 오랜 숙원을 신속해 해결하고 있는 정 회장이 이번에는 GBC를 어떤 식으로 변모시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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