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튜디오 개발의 꿈
금융투자업계 다수 눈독…금리 인상·공사비 급등 속 임대수익 관건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9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요즘 영화 스튜디오 사업이 뜬대."


최근에 만난 개발업체 임원이 한 말에 귀가 쫑긋했다. 경제·산업 전반의 깊은 침체 속에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일각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니 엔터테인먼트 쪽에 별다른 조예가 없는 기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물류센터가 수익성 좋은 투자처로 꼽혔다. 기관투자가는 물론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 개인 고객까지도 물류센터 투자에 관심이 쏟아졌다.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거래 폭증으로 물류센터 수요가 늘자 너도나도 투자 행렬에 뛰어들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전국 물류센터 거래규모는 7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늘어난 금융 비용과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률이 꺾인 탓이다. 물류센터 공사비는 2년 새 30% 이상 올랐지만 같은 기간 임대료는 8% 증가에 불과해 투자 매력이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갈 곳 잃은 뭉칫돈들이 스튜디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고퀄'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제작환경이 필요한 시점임을 포착한 것이다. 유튜브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콘텐츠 공급 채널이 다양해진 현실도 한 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스튜디오 개발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파주 월롱 스튜디오 개발사업에 PF대주로 110억을 투입했다. 공격적으로 부동산PF를 다루는 메리츠증권도 스튜디오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스튜디오 촬영지는 수도권 중에서도 파주시에 밀집해 있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방송국이 주로 있는 상암·일산 등과 가깝기 때문이다. 상업용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파주시에 수도권 전체 스튜디오의 약 31%(6만3000평)가 몰려 있다.


파주시 탄현면에는 CJ ENM이 세운 국내 최대 규모 스튜디오 센터(연면적 3만 7407㎡)가 있으며 파주시 월롱면에는 각각 8만1404㎡, 1만8178㎡ 규모 스튜디오 개발도 진행 중이다. 또한 전북 새만금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촬영 스튜디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스튜디오 사업이 이전 물류센터 투자처럼 각광을 받을지는 물음표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비용이 증가한 탓에 아직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어서다. 월 임대료가 평당 10만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6만원 수준 밖에 못 미친다고 한다.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수익률이 받쳐주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직 펀드나 리츠를 통해 스튜디오가 개발되거나 매입된 사례는 없다.


임대차 계약은 장기로 가져가야 안정적이지만, 영화·드라마 촬영 특성상 장기 계약이 어려운 점도 있다. 넷플릭스나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아니면 단기 계약이 잦다고 한다. 공실 가능성이 커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 스튜디오 시장 전망 보고서'를 낸 젠스타메이트의 이형구 상무는 "넷플릭스나 YG 같은 곳에서 마스터리스(통임대 후 재임대)를 조건으로 개발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도 넷플릭스 등의 바게닝파워(교섭력)가 세 임대료 수익이 얼마만큼 보장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글로벌 대히트를 쳤던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는 253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벌어들은 수익은 1조520억원으로 추정된다. 41배가 넘는 짭짤한 수익이다. 우리나라의 편당 제작비는 할리우드와 비교해 매우 저렴해 가성비가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AI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가상제작) 등 영상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갖춘 셈이다.


스튜디오 사업이 한류 바람을 타고 황금알을 낳는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 주판알을 튕겨볼 만한 사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 그전에 금리부터 우선 좀 떨어져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31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