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 위기가 불안한 사람들
사업 포기 사례 속출…공급 감소 대비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6일 09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딜사이트)


[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올해가 아직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부도난 건설사 수는 5곳에 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금리 기조로 인해 부동산 호황기가 이어지며 탄탄대로의 미래를 그렸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건설사가 위기를 맞은 데에는 건설업의 특이한 자금조달 구조도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돈을 빌리기 위해선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건축물을 만드는 건설업 특성상 마땅한 담보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설은 미래 수익을 담보로 현장에 자금을 수혈한다.


부동산 호황기엔 문제가 될 게 없다. 분양만 했다 하면 완판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며 미래 수익이 담보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수백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도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펀드 조성, 사채 발행, 사업부문 및 보유 자산 매각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말이다.


건설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하는 만큼 사업도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계획했던 사업을 미루는 건 부지기수고 극단적인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4건이었지만, 올해 기자가 확인한 계약 해지 사례만 2건이다.


건설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이 결정에 불안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을 기다려온 수요자들이다.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이 감소했다는 의미로 청약 대기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리다.


불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개의 사업장이 착공에 들어갈 경우 완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보통 3년이다. 현재 사업을 진행하면 3년 후 실제 입주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지금은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공급 물량이 줄어든 만큼 미래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건설업계 위기는 비단 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건설사가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만큼 이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에겐 불안 요소가 된다. 건설사가 어려운 지금 공공기관 등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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