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와인 '흥행'은 끝났다
올해 수익성 악화 직면…off채널 프로모션 원인 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5월 선보인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와인 전문매장 '와인클럽'(제공=이마트)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와인은 기다림의 술이다. 가장 맛있는 온도와 향이 열리는 시간을 지켜야 와인의 본매력을 느낄 수 있단 뜻이다. 하지만 국내 와인수입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만 쌓여가고 있다.


와인수입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로 와인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올해부턴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에서도 올해 와인 유통사들이 성장정체 및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유흥 시장 회복 ▲위스키 재조명 ▲업체간 경쟁 심화 ▲와이너리의 와인가격 인상 및 고환율 등 복합적인 원인이란 분석이다. 실제 신세계L&B의 경우 올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1.4%(529억원→469억원), 97.1%(48억원→1억4000만원)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 더해 와인수입사의 발목을 잡는 것은 'off채널(편의점, 할인마트, 백화점 등)'이다. 지속적인 프로모션으로 수익성 하락에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와인수입사 관계자는 "A 할인마트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할인된 가격에 와인을 납품해야 되고, 동일한 가격으로 B, C사에 제공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판매 구조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프로모션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ff채널이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시장의 84%(2021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비중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입사가 베스트셀러 제품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대체할 와인품목이 다양해진 까닭에 off채널의 '배짱'을 당해낼 방도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간 불만을 크게 표출하지 않았던 것은 코로나19 동안 와인시장의 성장에 off 채널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수입사 역시 성장기류에 편승하기 위해 다양한 와이너리의 와인을 국내에 들여와 '선택의 폭'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변화를 꾀했다.


반면 올해 들어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데다, 이런 현상이 가격에 반영 되지 않다 보니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off채널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판매의 본질이 싼 가격에 제품을 들여와 마진을 최대한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온라인 판매채널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까닭에 와인·위스키·수입맥주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차별화된 소비자 유입통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익성이 바닥을 치며 곳간이 비어간다면 영세한 업체들은 도산되고, 헤게머니를 잡고 있는 회사들로 시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기업들의 와인사업 진출로 자본력을 갖춘 회사의 독과점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나 제품 선택의 자유 등이 외면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이 같은 시장변화의 피해는 소비자의 몫일 것이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와인 성장률은 올해 수직 하강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사와 판매채널의 동반 성장을 위한 균형찾기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소비자의 눈높이도 상승했다. 2~3만원 와인을 장바구니에 담기 위해 고심하던 시대는 끝났다. 회사의 자양분(수익)을 다시 와인시장에 재투자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양질의 와인을 맛 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 조금의 양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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