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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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편집국장] 지난 4일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사과하고 사퇴했다. 울먹이는 목소리에서 복잡한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경영권을 자식에게 세습하지 않겠다는 비장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읍소의 변에 무게는 없었다. 회사의 경영과 의사결정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실행의 계획이 빠진 감성 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을 오너의 소유물로 생각하며 가족중심으로 운용해온 경영자의 마음에 있다. 오너와 친분 관계 인사로 채워진 이사회, 경영진의 낮은 윤리의식 등 시대정신과 한참 동떨어진 지배구조 행태는 남양이라는 기업 시스템의 고장을 드러내는 재료로 충분하다. 


이스타항공 또한 경영실패의 많은 부분은 오너의 부도덕에 있다. 회사를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의 주주는 오너의 아들과 딸이고, 이 과정에서 편법 증여와 배임, 횡령의 혐의는 현직 국회의원 오너의 구속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두 기업 모두 소유와 경영이 한 몸처럼 돌아갔다. 기업을 내 소유물이라 생각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경영자와 주주간의 갈등이 제일 큰 문제지만 우리는 소유주인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이 풀리지 않는 난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이 많고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통제 장치 또한 아직은 흉내에 그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는 기업 소유권이 세습되며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과정에서 더 문제가 된다. 최대주주 지분이 낮아졌지만 기업을 계속 내 것이라 생각하고 경영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경총은 최근 반기업정서가 과거보다 더 확산됐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그 원인으로 일부 기업인의 일탈행위와 정경유착, 기업 특혜시비 등 기업 내부적인 이유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코로나를 통과하면서 기업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은 기업 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이다. ESG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아직은 '누가누가 잘하나'를 뽐내는 수준의 기업 홍보 정도로 폄훼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재무, 마케팅, 인사 등 경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상수로 ESG가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기업가로부터 기업을 보호해야 할 때다. 기업가는 더 이상 기업이 아니다.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기업은 우리 모두의 소유물이다. 세상은 이런 구호가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과 규제의 틀을 제시하고,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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