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건설사 '보릿고개' 넘기기
주택시장 출렁임에 회사 생존 좌우…한탕주의 사업방식 버려야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0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한강 아파트촌 전경.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1990년대는 말뚝만 박아도 아파트가 분양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큰돈을 번 건설사들은 사세확장에 나서며 부흥기를 맞기도 했지만 30년이 넘은 시간이 흐른 지금 신도시 아파트 외벽에 이름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설사가 상당수다. 그만큼 굴곡이 많은 건설업이 장수기업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1998년 IMF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큰 파고를 견뎌내고 성장한 건설사들에게 2024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라는 위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주택시장이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10년 주기설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에서 몇 년의 시차가 발생했지만 어쨌든 코로나19 시기 저금리에 힘입은 분양시장 호황이 종지부를 찍고 불황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수년 전 0%대 제로금리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시기 지방 분양시장 호황의 끝물에 발을 담갔던 건설사들은 지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지방 분양사업은 수요를 감안할 때 리스크가 높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펼쳤지만 당시 분양시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사업참여 신중론이 내부에서 먹히지 않았다"며 한탄했다.  


지난해말 건설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건설업계에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건설사들은 PF우발채무, 유동성, 미분양, 공사대금 미회수 등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다. 한 곳의 사업장이 삐끗하면 회사 전체로 위기가 파급되는 건설업 특성상 곳간에 현금을 어느 정도 비축한 건설사일지라도 업계 전체에 퍼진 유동성 가뭄에 안심할 수는 없다. 


게다가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조달금리까지 오르면서 적자 공사를 하지 않으면 다행인 게 건설사들의 현실이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GS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9%대에 머물렀다.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여파로 마이너스 영업이익률(-2.9%)을 기록한 GS건설을 제외해도 4.45%대에 불과하다. 부동산 호황기 10%대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나름 리스크 관리를 자랑하는 대형건설사 이익률이 이 정도인데 중소형건설사의 상황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문제는 앞으로 건설사가 본업만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와 같은 일확천금은 아니더라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익률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분양열풍이라는 단어가 회자되며 건설사 폭리를 의심해 아파트 원가공개 요구를 받았던 수년 전의 호황이 그리울 뿐이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목소리로 '원가절감과 재무건전성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건설업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은 물론 세대교체를 서두르며 다양한 생존전략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경영진 쇄신에 나서더라도 여전히 내부조직에 과거 한탕주의식 사업방식이 남아있는 한 시장 출렁임에 의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할 것이다. 이 같은 시장 사이클을 잘 적응하고 활용해야만 100년 건설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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