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4년
부진한 성과에 카카오도 외면
⑥ 재단 주도 운영으로 탈중앙화 급물살 탈까...업계 "카카오 벗어난 게 나은 상황"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16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표 블록체인인 클레이튼이 메인넷을 출범한 지 4년이 흘렀다. '국산 블록체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지난해에는 NFT(대체불가능한 토큰)와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잠깐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개발된 여러 프로젝트가 사기성으로 논란을 빚은 데다 클레이의 시세 역시 최고가 대비 수십 퍼센트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클레이튼 사업 주관 업체를 매년 바꾸고 있다. 딜사이트는 클레이튼의 지난 4년 간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카카오가 자회사인 크러스트유니버스를 통해 개발한 블록체인 클레이튼과 재무적 관계를 청산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를 벗어나 보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클레이튼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일 클레이튼 재단은 서울 강남구 크러스트유니버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클레이튼재단은 재무적으로 카카오와 완전히 독립된 비영리법인"이라며 "앞으로 클레이튼 운영은 재단이 전담하며 기민성과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클레이튼을 개발한 것은 크러스트유니버스이지만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클레이튼 사업은 크러스트의 자회사인 그라운드엑스가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크러스트가 클레이튼의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지난 1일부터는 또다시 클레이튼 재단에 관련 사업이 모두 이관됐다.


그라운드엑스나 크러스트는 모두 카카오와 재무적으로 연결돼 있어 카카오의 연결재무제표 상에 매출액, 유무형자산처분이익 등 실적이 표시됐다. 그러나 이번에 클레이튼 사업이 모두 재단으로 이관되면서 이와 관련된 사업 성과는 더 이상 카카오의 감사보고서에서는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일반적으로 모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3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주주인 자회사는 연결실적에 포함된다. 그러나 클레이튼 재단은 해외 비영리법인이다. 여기에 출자관계가 카카오와 관련없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클레이튼 측은 앞으로 원화 매출이나 손익을 따지기보다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재단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상민 재단 이사장은 "클레이튼 블록체인 메인넷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자체 수익만 가지고도 운영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클레이튼 측에 따르면 현재 재단 인력은 총 50명 규모이며 한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에 다양하게 분포돼 재택근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않는 이상, 안정적으로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클레이튼은 당장 명확한 수익모델을 마련하지는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서 이사장은 "운영자금은 현재 재단이 보유한 현금 일부와 토큰 자산으로 마련하거나 '클레이튼 커뮤니티 펀드(Klaytn Community Fund)'에 일부 의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도 비영리를 추구하지만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와 연결고리가 끊긴 것이 오히려 클레이튼 생태계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금줄이 없어진 재단 입장에서는 클레이의 시세가 재단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단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나 디파이(De-Fi) 등 생태계를 확대하고 가스비(Gas fee) 발생을 늘리는 등 시세 상승을 견인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가 블록체인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꼬리 자르기식 사업 정리를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단 측은 카카오가 중앙화 전략으로 생태계를 만든 후, 탈중앙화 단계에 안정적으로 들어서면 재단이 사업을 맡게 되는 것이 당초 계획했던 수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크러스트에 핵심인력을 배치하면서까지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재단으로 이관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카카오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은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클레이튼을 전세계에서 가장 대중화된 블록체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을 비롯해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와 신정환 전 카카오 총괄부사장, 정주환 부사장(전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부센터장) 등 핵심인력을 크러스트에 배치한 것"이라며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 특성상 크러스트의 탑다운 방식 의사결정, 중앙화 방식 생태계 운영, 국내 위주로 펼친 사업 등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테라와 FTX 사태 등 여러 악재 때문에 시장이 침체된 것도 크러스트의 사업에 걸림돌이 됐다"라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가 포부를 갖고 시작한 사업인데 결과가 좋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재단이 사업을 담당하게 됐으니 해외진출과 탈중앙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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