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주식평가 1조원, 어떻게 나왔나
[코인거래소 평가논란 - 주식가치 평가]②DCF활용 미래현금흐름 추정,성장률 0%·WAAC 16.93% 가정

[편집자주] 코인은 새로운 세계다. 학계, 업계의 의견이 다르고, 법률과 회계적 실체도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주식회사가 세운 코인 거래소들은 어느새 외감법 적용을 받을 정도로 커졌고, 그 운영권을 쥔 주식은 수천억이 오가는 거래로 팔렸다. 수조원의 고객자금, 수천억원의 주식대금이 오가면서 거래소와 코인을 둘러싼 회계적 실체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막 고개를 든 거래소의 가치 평가, 그 방식과 의미, 논란에 대해 시리즈로 짚어 본다.


[권일운 기자] 한국최대 코인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 주식이 팔렸다. 4천억원의 자금이 운영사 지분 76%를 보유한 지주사 경영권(50%+1주)을 산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운영사 가치는 총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다.
빗썸의 기업가치 평가는 비상장사들이 흔히 적용하는 공격적인 방식인 미래 현금흐름 추정치를 통해 이뤄졌다. 지금의 자산가치보다는 미래 수익가치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다. 평가의 ‘방식’은 공격적이지만, 성장률을 0%로 가정하고 상당 수준의 금융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예상한 부분에서 ‘적용’은 보수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 운영사 BTC코리아닷컴 기업가치는 9967억원


빗썸의 기업가치는 지난 12일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가 BK컨소시엄에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비티씨홀딩컴퍼니는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을 지배하기 위한 일종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BK컨소시엄은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빗썸에 대한 지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매매가는 핵심 자산인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가치와 직결된다.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상록회계법인 역시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주식가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주식가치 평가범위에 따라 변동된다"고 명시했다. 상록회계법인 역시 비티씨코리아닷컴의 기업가치를 먼저 평가한 뒤 비티씨홀딩컴퍼니에 대한 가치평가를 진행했다.


BK컨소시엄은 비덴트가 소유한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3.5%를 273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1%당 단가는 약 78억원, 지분 100% 기준으로 환산하면 7799억원이다. 하지만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100%의 평가 금액이 빗썸의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티씨홀딩컴퍼니가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외에도 현금 등을 포함해 약 225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티씨홀딩컴퍼니는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76%를 제외한 자산을 ''기타순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기타순자산 225억원을 비티씨홀딩컴퍼니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감한 7574억원이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76%의 가치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다시 지분 100% 기준으로 역산해 추산한 비티씨코리아닷컴의 기업가치는 9967억원이다.


◇성장률 0%·WAAC 16.93%로 가정한 뒤 프리미엄 적용


상록회계법인은 빗썸의 미래 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통해 가치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DCF는 고성장 단계에 있는 비상장 기업의 가치평가에 널리 쓰이는 기법이다. DCF의 기반이 되는 미래 현금흐름 추정은 코인 투자열기가 한풀 꺾인 점을 고려해 향후 5년간의 매출액은 2549억원으로 고정되며, 영업이익 또한 전보다는 적은 1000억~11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평가 결과 비티씨코리아닷컴의 기업가치는 8605억원에서 1조45억원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400억원의 격차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성장률과 가중평균자본비용(WAAC)을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따른 것이다. WAAC의 경우 증권사들의 기준을 적용했다. 코인 거래소와 증권사가 각각 코인과 유가증권 거래를 중개한다는 특성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보수적인 결과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실적이 향후 5년간 2%씩 역성장하고, WACC가 18.93%에 달한다는 가정을 내렸을 때 나왔다. 쉽게 말해 이익은 줄고 금융비용은 최대치로 늘어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5년 동안의 성장률을 2%로, WACC를 4%포인트 낮은 14.94%로 가정했을 때에는 1조원을 훌쩍 넘기는 기업가치가 나왔다.


상록회계법인은 최종적으로 영구성장률과 WACC를 각각 중간값인 0%와 16.93%로 적용해 비티씨코리아닷컴의 기업가치가 9167억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통상 다수의 비상장 기업 가치평가가 플러스(+) 성장률을 가정하고 진행되는 데 비하면 보수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WACC추정 시 증권사를 동종업계로 활용한 점은 고평가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기업가치에 비해 높은 9967억원이라는 거래가격은 모든 변수를 중간값으로 고정한 뒤 산출한 금액 9167억원에서 약 8.7%의 할증을 적용한 수치다. 이는 매수자 측이 거래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