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조달 참패' HL D&I, 차환 리스크 '경고등'
연내 차입금 만기 2552억 앞둬…시장성조달 난항, 보유 현금 1159억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7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중견건설사 HL D&I가 공모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향후 자금조달이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2000억원을 웃돌아, HL D&I의 현금성 자산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금 상환도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회사채 시장에서의 차환 발행도 녹록지 않게 되면서, 만기도래에 따른 '차환 리스크'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L D&I는 이날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청약 물량 없이 주관 증권사들이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앞서 HL D&I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21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모이지 않은 탓이다. 이후 추가 청약을 모집했지만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으로 정해진 8.5% 금리에도 투자자는 한 곳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로 건설채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한층 커졌지만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공모채 발행을 연이어 성공시킨 바 있다. 다만 HL D&I가 속한 HL그룹(옛 한라그룹)은 자동차 부품사인 HL만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캐시카우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이번 HL D&I 미매각 물량을 떠안는 주관사들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BNK투자증권, I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다.


주관 증권사들의 총액인수 방식 덕분에 700억원 규모 조달은 이뤄졌지만, 문제는 연내 잇따라 예정된 채권 만기 물량이다. 지난 23일 710억원 규모의 만기가 있었던 데 이어 ▲3월 100억원 ▲4월 330억원 ▲5월 70억원 ▲6월 560억원 ▲8월 30억원 ▲10월 100억원 ▲11월 542억원 등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은 총 1732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기업어음(CP)도 6~7월 사이 370억원, 은행 차입금도 4~5월께 450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는 총 2552억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HL D&I의 현금성 자산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HL D&I의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 1159억원에 불과했다. 별도기준으로는 595억원 수준이었다. 가용 현금이 부족한 HL D&I로서는 외부 차입으로 차환 발행을 모색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만 외부 차입도 녹록지 않다. HL D&I가 이번 공모조달 과정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시장의 투자수요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L D&I 측에서 산업은행을 인수단으로 확보해 연내 한 차례 더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증권사들도 이미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상황에서 또다시 주관을 맡거나 사모채 주선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보유자산에 대한 활용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HL D&I의 매출채권 및 기타유동채권은 3897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매출채권 회수 혹은 유동화 등을 통해 차입금에 대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종속기업·관계기업에 대한 지분증권도 3240억원어치 보유 중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L D&I의 단기차입금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이 2018년 말 218.3%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4.4%로 급격하게 줄었다"며 "단기간 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관련 HL D&I의 상환 부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자산을 활용한 대체자금 조달능력, HL 계열의 지원 여력 등으로 단기 자금소요에 대응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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