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포스코형 신 지배구조 두고 말 나오는 이유
회장 연임 가능성에 자문단 깜깜이···국민연금도 '미흡' 판단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3일 08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포스코홀딩스)


[딜사이트 김수정 차장] 목에 박힌 생선가시를 완전히 빼주지 않으면 음식을 씹어 삼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딱 포스코홀딩스가 내놓은 '신(新) 지배구조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간 포스코그룹의 회장들은 임기 말이 좋지 않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기업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인 회장이 임기가 남았는데도 짐을 쌌기 때문이다. 이런 수난사는 주인 없는 기업 일명, 오너 체제가 아닌 기업의 숙명이라고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재계 5위'라는 이름값이 너무 무겁다.


최정우 회장 임기 중에는 유독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논란이 목에 박힌 가시처럼 최 회장 경영 기간 동안 괴롭혔다. 그래서 이번에 뒷말을 없애고자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사회가 열린 당일, 기자가 회사를 아무리 서성여도 최 회장은 물론, 사외이사 코 빼기도 볼 수 없을 만큼 개편안 논의 작업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오후 3시에 시작해 깜깜한 밤이 돼 논의가 끝났다. 고심을 거듭해 내놓은 신 지배구조안에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글쎄'였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부족하다'는 평을 내놨다.


왜 일까. 포스코그룹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깔끔하게 지우지 못했다. 언론에서도 최 회장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후추위도 '만약 현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사실상 회장 선임의 전권을 쥔 사외이사가 바뀌지 않은 것도 찜찜한 이유로 꼽히나, 사외이사까지 모두 교체하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단 점을 고려하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회사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선자문단'의 자문을 얻기로 했다. 이달 8일 후추위가 회장 후보자 롱리스트를 올리면, 자문단의 조언을 바탕으로 숏리스트가 결정된다.


재차 검증을 하는 자문단이 투명성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자문단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너무 없다는 점이다. 포스코 측의 설명을 빌리자면 자문단은 외부 저명 인사로 구성됐다. 기존에도 사외이사 후보추천자문단을 운영하면서 외부로부터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히 비밀로 부쳤다.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자문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 하지만, 오히려 이게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꼴이 됐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자문단 정보를 제한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어느 분야 전문가인지 간단한 이력이라도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위가 떨어지고 명령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권력누수' 상태를 기우뚱 거리며 걷는 오리에 빗대 레임덕이라 표현한다. 흔히 임기 말에 주로 언급되는데, 공정하지 못한 절차로 경영자가 선임됐을 때도 레임덕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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