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점검]
에어부산
허리띠 졸라매기…아시아나 돈부터 갚는다
모기업 상대 1100억 CB 발행, 가산금리 부담…영업력 회복에 상환 준비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6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을 맞아 완전 정상화를 향해 날개를 펼쳤다. 핵심은 약화된 재무건전성의 회복이다.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화물사업으로 팬데믹 기간을 버텨온 만큼 재무 상황이 나쁘지 않다. 반면 LCC는 대부분 외부 차입에 의존해온 터라 갚아야 할 빚이 상당하다. 부채를 빠르게 털어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에 기반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상장 LCC(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의 재무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에어부산 A321neo 항공기. (제공=에어부산)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이 지난해 혹독한 비용절감 노력을 펼치며 부채비율을 큰 폭으로 낮췄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재무건전성을 회복시킨 에어부산이 모기업을 상대로 찍어낸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갚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영구 전환사채(CB)를 상환하는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CB의 스텝업(가산금리) 발동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된 데다 자회사 지원으로 불안정한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를 개선시킬 책임이 막중해서다.


◆고강도 비용통제…순익으로 결손금 일부 상쇄, 부채비율↓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8904억원과 영업이익 15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9.9%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흑자로 돌아선 1041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경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지난해 줄줄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만큼 에어부산의 이 같은 실적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에어부산은 LCC업계 중 가장 철저하게 비용을 통제하며 수익성을 방어했다.


예컨대 에어부산의 지난해 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항공업 특성상 유류비와 리스료, 인건비 등 각종 고정비 지출이 높기 때문에 통상 10% 안팎의 이익률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특히 수익성을 좌우하는 매출 대비 판매비·관리비(판관비)율은 6%에 그쳤는데 전년(10.1%) 대비 4%포인트나 하락했다.


에어부산은 순이익이 발생하면서 2020년부터 누적돼 온 결손금을 일부 상쇄할 수 있었다. 2022년 말 기준 마이너스(-)4920억원이었던 결손금은 지난해 말 -2726억원으로 2200억원 가량 줄었다. 자본총계가 늘면서 부채비율은 242.4%포인트(869.4→627%) 하락했다.


◆ 영구 전환사채 '스텝업 발동'…300억원 CB 선상환


에어부산은 그동안 골칫덩이였던 영구 CB를 상환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스텝업(가산금리) 조항이 발동하면서 7.2%였던 금리가 12%대로 인상돼서다. 


앞서 에어부산은 3년 간 총 1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세부적으로 ▲2020년 6월 2회차 500억원 ▲2021년 3월 3회차 300억원 ▲2021년 6월 4회차 300억원 ▲2022년 7월 5회차 100억원이다. 2~4회차 1100억원의 물량은 아시아나항공이 받았으며, 5회차는 외부 자산운용사가 인수했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기자

문제는 팬데믹 장기화로 에어부산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악화됐고, 해당 CB들의 금리 인상에도 상환·차환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2~4회차 CB는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최초금리+연 2.5%+조정금리'가 가산된다는 조항이 붙어있었다. 


실제 에어부산의 2회차 CB는 2022년부터 금리가 12.4%로 올랐다. 이에 따라 연 이자액은 36억원에서 62억원으로 뛰었다. 3·4회차 역시 작년 9월 말 기준 이자율은 각각 12.1%, 12.2%였다. 해당 CB들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상환 및 차환이 가능하지만, 에어부산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에어부산이 자본잠식에서 탈출한 점은 CB 상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어부산은 2022년부터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와 자본금을 자본잉여금으로 전입시키는 무상감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순이익까지 발생하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1166억원)을 웃도는 1868억원을 기록했다.


에어부산은 4회차 CB를 가장 먼저 갚았는데, 동원 가능한 현금과 이자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500억원 규모인 2회차를 일시 상환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했던 터라 300억원 규모인 3회차와 4회차로 상환 대상을 우선 좁혔고, 여기서 다시 이자율이 높은 4회차로 결정한 것이다. 5회차의 경우 올해 7월부터 스텝업이 발동된다는 점에서 당장은 상환 압박이 크지 않다.


◆ 빚 내서 수혈 아시아나, 업황 호조에도 재무부담 여전


에어부산이 영업력 회복에 따라 CB 해소 체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어있는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곳간을 채우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팬데믹 기간 항공화물사업 호조로 흑자경영을 이어갔지만, 경영난에 빠진 에어부산을 돕기 위해 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 등 3000억원에 달하는 출혈을 불사했다. 


특히 자체 자금이 부족했던 아시아나항공은 금융기관에서 손을 빌렸다. 2019년 말 별도기준 8655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은 이듬해 2조5710억원으로 3배 증가했고, 이 기간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10.4%포인트(17.7→28.1%) 상승했다. 


그나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엔데믹 전환과 함께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0.5%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15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과 연간 1700억원의 차입금 이자비용은 재무 부담을 키우기 있다는 지적이다.


에어부산은 추가 CB 상환 시점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CB 상환과 관련해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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