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나비효과
푸본현대생명, 수익성 지표 '뒷걸음'
⑥저축성보험 비중 높아…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5일 11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푸본현대생명의 수익성이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에서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판매해 자금을 모은 바 있다. 이에 저축성상품 보험료는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보장성상품 보험료는 줄어들었다. 보험 포트폴리오의 질이 저하된 탓에 '보험계약마진(CSM)' 평가액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제도 도입으로 새롭게 등장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험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CSM, 1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저축성보험 증가 탓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CSM 평가액은 134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360억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이 CSM 감소를 겪은 배경으로는 저축성보험 판매 증가가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저축성상품 보험료는 1조822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조7246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료는 2578억원에서 2473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의 전체 수입보험료도 2021년 4조8177억원에서 2022년 4조4090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수입보험료는 줄고 저축성상품 보험료는 증가하면서 저축성상품의 비중은 2021년 35.8%에서 2022년 41.3%로 뛰었다.


CSM은 올해부터 보험사 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회계기준이 IFRS17로 변경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계정과목이다.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IFRS17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수익 등 인식 기준이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바뀐다는 점이다.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만기까지의 수익을 한꺼번에 인식했다. 반면 IFRS17에서는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실제 보험서비스의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한다. 아직 제공되지 않은 보험서비스는 부채로 인식한 뒤 계약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익으로 잡히게 된다. IFRS17에서 미래 예상이익을 뜻하는 CSM이 중요한 수익성 지표인 이유다.


CSM을 산출할 때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돌아왔을 때 약정 이자를 더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사망·상해·입원 등 약관에 명시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면 된다.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장성보험은 고수익 상품군으로 꼽힌다. CSM을 측정할 때도 보장성보험계약이 더 유리하다.


◆ 저축성보험 늘어 자본적정성 부담↑


보장성상품이 CSM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보험사들은 보장성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푸본현대생명은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 비중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가 증가하며 포트폴리오 질이 더 악화됐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증가한 탓에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비율 부담도 높아졌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푸본현대생명의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지난해 말까지는 RBC(Risk Based Capital, 위험기준자기자본)비율로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평가했지만, 올해부터는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킥스)가 도입된다. 신제도 아래에서는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산출 기준이 변경된다.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돌아오면 약정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신제도 아래에서 보장성보험 대비 요구자본 증가 폭이 큰 편이다. 요구자본이 증가하면 지급여력비율은 하락한다.


한국기업평가는 푸본현대생명에 대해 "K-ICS 도입 부담이 타 생명보험사 대비 크다"며 "2022년 하반기 금리급등으로 가용자본이 크게 감소했는데 요구자본 증가분을 가용자본으로 커버하지 못하면서 K-ICS비율이 RBC비율을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급여력비율 관리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 및 이익 누적 등을 통한 가용자본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K-ICS 비율 제고를 위해 올해 3분기까지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최근 7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바 있다. 이 외에도 푸본현대생명은 금융당국이 신제도 연착륙을 위해 내놓은 경과조치를 모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푸본현대생명은 "효율 제고와 내실경영으로 CSM을 확대하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규제 변화에 따른 자본건전성 강화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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