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이후 회사채 훈풍…변수는 '물가·은행채'
시장 안도감 확산에 투자수요 뒷받침…기업들 막바지 자금조달 '박차'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6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올해 3분기 들어 한산한 흐름을 나타냈던 회사채 시장이 지난달 말 미국 잭슨홀 미팅 이후 다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추가적인 통화 긴축 가능성이 옅어진 것으로 판단한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이에 기업들도 속속 발행시장으로 나와 올해 막바지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 A+ 등급도 조 단위 수요…"잭슨홀 미팅 이후 채권금리 안정세"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반기보고서 마감으로 회사채 발행이 재개된 이후, 공모채 발행시장에서 연이은 흥행 기록이 쏟아졌다. 연합자산관리가 수요예측에서 1조4100억원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받은 것을 필두로 포스코인터내셔널(1조2100억원), SK실트론(1조2160억원), SK㈜(1조4200억원), KT&G(1조8100억원) 등이 줄줄이 조(兆) 단위 투자수요를 끌어모았다.


특히 이들 발행사 대부분이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등급을 보유한 것과 달리, SK실트론은 A+(안정적) 등급으로도 1조원을 웃도는 매수주문을 받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공모채 시장에서 AA 미만 등급에서 조 단위 주문이 몰린 것은 지난 2월 말 LS(1조350억원), SK매직(1조300억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통상 회사채 수요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는데, 올해의 경우 지난달 말 미국 잭슨홀 미팅 이후 투심이 재차 강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강도 높은 긴축 의지를 나타내자 금융시장이 동요하면서 추세적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되면서 시장이 안도감을 나타낸 모습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국내 채권시장도 국고채 10년물이 일시적으로 4%를 넘어서는 등 영향을 받았다"면서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잭슨홀 미팅 이후에는 미 국채 금리도 고점 대비 하락했고, 국내 채권금리도 안정을 찾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의 안도감이 확산하면서 현대건설, 롯데케미칼 등 투자수요 위축이 우려되던 기업들도 잇따라 넉넉한 매수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건설채 투심 악화 속에서도 1200억원 모집 대비 3550억원의 수요를 확보, 발행액을 2400억원으로 증액했다. 롯데케미칼도 신용등급 강등으로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돼 발행 직전 모집액을 2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줄이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매수주문은 7600억원 수준으로 넉넉하게 모였다.


◆ 기업들 자금조달 박차…"물가 상승세, 은행채 발행 증가는 회사채 약세 요인"


한동안 주춤했던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자금조달에 나서려는 기업들도 잇따라 줄을 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증권업종에서 공모채 발행에 나선 데 이어 현대트랜시스, 한화,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롯데렌탈, 코리아에너지터미널 등도 공모 조달을 준비 중이다. 올해 두 차례 공모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친 포스코퓨처엠도 세 번째 공모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고 11월 FOMC의 방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통상 기관 투자가들의 북 클로징이 11월 말쯤 이뤄지는데 그때쯤이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또다시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막바지 자금조달을 하기엔 적기라는 판단에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변수로는 물가 추이와 은행채 수급 정도가 꼽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4%로 재차 3%대에 진입했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명목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예상치(2.8%)를 큰 폭 웃돌았다"며 "근원 물가는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물가의 예상치보다 높은 상승세는 시장의 추가 금리 인상 혹은 금리 인하 시점 이연 시나리오 베팅을 유도할 것"이라고 짚었다.


주요 은행들의 채권 발행 규모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급등하고 예금유입액이 크게 늘었는데, 1년이 지난 올해 9~11월 대거 도래한다"며 "예금만기에 대한 재수신을 위해 조달금리 상승압력이 나타나면서 은행채 발행 증가로 일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크레딧 전반에 수급 부담을 줄 정도로 은행채 발행물량이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2~3개월간은 일정 수준 은행채 발행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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