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법 완화 영향은
하나금융, SKT와의 '핀테크 혈맹' 강화한다
④규제완화 전 이미 지분 교환…4% 이상 추가 취득 가능성도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8일 14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은행에게도 신사업 진출 통로가 전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투자 제한이 완화되면 가상자산와 부동산, 통신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신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화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 속에서 은행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금융사의 가상자산업 투자로 이어져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금산분리제도 완화 추진 속 은행의 계획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국내 금융사와 이동통신사가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합종연횡'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SKT와 수천억대 규모의 지분교환까지 이뤄지면서 단발성 협업이 아닌, 디지털 금융 사업의 장기적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기조를 나타내면서 하나금융이 선제적으로 통신사와 '혈맹'을 맺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금융, IT 업계 등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그룹 차원에서 SKT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넘나드는 신사업 추진·발굴을 공식 선언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과 SKT는 4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SKT는 33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고, 3300억원 규모의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했다. 하나카드는 684억원 규모의 SKT 지분과 SKT가 보유한 316억원 상당의 SK스퀘어 지분을 매입했다.


SKT가 보유한 하나금융지주의 지분은 3.1%다. 현재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4%까지로 제한돼 있다.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SKT가 추가로 하나금융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규제의 완화를 기대하고 미리 금융업과 통신업 간 융합을 위한 거래를 맺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회사는 제휴를 통해 ▲금융의 디지털 전환 ▲금융·통신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사업 모델 발굴 ▲상호 인프라 공동 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특히 금융·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 마이데이터 데이터 협력 강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업과 통신업 간 고객 데이터 융합이 한층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여 각 회사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금융 서비스 이용 고객들의 패턴이 담긴 데이터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관심이 높은 요소다. SKT와 KT가 각각 하나금융그룹·신한은행과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서로의 지분을 섞는 혈맹 관계를 맺은 이유로 꼽힌다.


하나금융도 점차 새로운 개념의 융복합 금융 상품·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T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카드나 구독 상품과 연계한 특화 보험 등을 출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콘텐츠웨이브·SK쉴더스·원스토어 등 각각 커머스·미디어·보안·모바일 영역에 생활금융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사와 ICT기업이 우리나라 금융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함께 해나가겠다는 차원의 전략적 제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SKT의 끈끈한 관계는 이전부터 이어졌다. 지난 2016년 하나금융지주와 SKT는 각각 51%와 49%씩 출자해 핀테크 기업 '핀크'를 설립했다. 핀크는 SK텔레콤의 통신 데이터와 하나금융의 금융 데이터 간의 시너지를 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SKT는 이번 지분 교환 당시 하나카드 지분 정리와 함께 하나금융지주와의 합작 핀테크업체 '핀크'의 지분 49%도 포기했다. 핀크는 하나금융이 대주주인 탓에 다른 금융사와 제휴 맺기가 수월치 않았고 51대 49로 나눠진 지배구조 탓에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따랐다. 


하나금융이 이번에 핀크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도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핀크는 더이상 합작법인은 아니지만 기존 SKT와의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과의 협업도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편 직접 통신사업에 뛰어들진 않더라도 통신사와의 협업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금융사들이 늘어나면서 하나은행 역시 SK텔링크와 손잡고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 상태다. 금융사들이 통신사업에 잇달아 진출하는 이유론 비금융데이터가 꼽힌다. 일례로 통신사업을 통해 확보된 통신비 납부내역, 휴대전화 이용정보 등은 최근 각 금융사가 추진하는 인증, 신용평가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하나금융은 지난 2018년 설립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하나벤처스를 중심으로도 벤처기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벤처스는 하나금융이 벤처투자 육성을 위해 설립한 12번째 자회사다. 하나벤처스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신기술사업금융업으로 등록해 눈길을 모았다.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1000억원), 하나비대면디지털이노베이션(540억원), 하나혁신벤처스케일업(650억원) 등이 대표 펀드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은 단 5190억원으로, 경쟁 은행 계열이자 VC업계 톱티어인 KB인베스트먼트나 신한벤처투자에 비해서는 업력이나 운용 능력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금산분리법 완화 영향은 7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