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충당금 확대 기조 '지속'
2분기 전입액 37%↑…금융위기 수준 보수적 부도율 적용 영향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8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1분기 대비 2분기에 충당금 적립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1분기 대비 최대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은 곳도 있을 정도로 전반적인 확대 기조가 펼쳐졌다.


은행권에서는 '대표 PD'라는 새로운 부도율을 적용한 데다 한화오션 충당금이 환입되지 않은 점 등이 충당금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7564억원으로 전분기 2조116억원에 비해 37.0%(744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적립금 규모로는 KB금융(6513억원)이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5485억원), 우리금융(5560억원), 농협금융(5504억원), 하나금융(4502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전분기 대비 증가폭은 우리금융이 112.2%로 가장 컸고 농협금융(87.7%), 하나금융(37.6%), 신한금융(19.0%)이 뒤를 이었다. KB금융은 전분기보다 2.5% 줄어들었다.



은행지주들은 1분기 충당금도 전년에 비해 대폭 늘렸었다. 충당금 산정 과정에서 약 3년에 걸친 대출 원금 및 이자 유예 상황과 악화가 예상되는 미래 경기를 보수적으로 반영해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 영향이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체 충당금 규모도 지난해(2조3654억원)에 비해 101.6% 급증한 4조7680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통상 과거 10년치의 부도율(Probability of Default·PD)을 뜻하는 '경험 PD'와 부도 시 손실율(LGD) 데이터 등을 활용해 적정 충당금 적립 규모를 산출한다. 다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3년간 대출 연장 및 이자 유예 등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 현상 문제로 지표가 실제 상황보다 낮게 나타나 통상의 계산대로라면 충당금이 위험에 비해 적게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하지만 2분기 은행연합회가 대손충당금 관련 개정 지침을 시중은행에 전달하며 새로운 부도율인 '대표 PD'를 적용해야 했던 것이 2분기 충당금 적립 확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새 부도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상황까지 감안한 수준이다. 새 부도율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은행들은 2분기 결산부터 새 부도율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PD는 경험 PD에 비해 1.3배에서 2배가량 높은 보수적 부도율이기 때문에 향후 충당금 적립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지주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44%로 작년 말 0.34%에 비해 0.1%포인트(p) 급등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연체율은 0.21%에서 0.28%로 0.07%p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상 충당금 증가와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한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 기업 신용평가 시즌에 따라 경상충당금이 늘어난 데다 대표 PD 적용으로 충당금이 큰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대표 PD 적용으로 1411억원을 추가 충당금으로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역시 2분기 PD값 조정으로 2703억원을 추가 적립했다고 밝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전체 은행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회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충당금 증가 때문"이라며 "은행들이 대표 PD라는 새로운 부도율을 적용한 점이 배경"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한화오션 충당금이 환입되지 않은 점도 충당금 부담을 키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최 연구원은 또 "대표 PD의 일괄 적용으로 기존 여신 잔액에 대한 대표 PD 관련 충당금 부담은 일단락 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표 PD가 추가 상향될 경우 추가 부담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PD 값이 상향된 만큼 신규 여신 또는 추가 여신 집행 시 충당금 규모가 기존보다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상 충당금 수준 자체가 이전 보다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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