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 빠진 채권시장…"회사채 스프레드 확대 전망"
국고채 연일 4%대 행진…회사채 약세 속 발행사별 희비 갈릴듯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의 지표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시장도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국고채 금리가 4%를 넘어선 데다가 은행채·여전채 발행 물량이 늘고 있어 회사채 시장의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에만 10곳 이상의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앞둔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발행사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미국 국채 금리에 끌려간 국내 채권시장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6bp(1bp=0.01%포인트) 하락한 4.015%를 기록했다. 이날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추석 연휴 이후 열린 장에서 3영업일 내내 4%대 금리를 이어갔다. 3년물을 비롯해 ▲5년물 4.105% ▲10년물 4.240% ▲20년물 4.166% ▲30년물 4.130% ▲50년물 4.103% 등 대부분의 만기에서 국고채가 연일 4%대 금리를 나타냈다. 2년물 금리만 이날 3.978%로 4%를 소폭 밑돌았다.


미국에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세를 나타내자, 우리나라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도 일제히 상향 압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이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 FOMC 위원들 과반수는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데 이어, 내년 금리 전망 중간값을 5.1%로 제시해 5%대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미국 국채 2년물 등 단기물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높은 수준의 금리를 나타낸 반면, 10년물을 중심으로 한 장기물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좀처럼 높아지지 못했다.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한때 1%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난 배경이었다. 다만 연준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데 이어, 최근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나타난 8월 민간 기업의 구인 건수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시장도 연준에 결을 맞추면서 장기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7%를 웃돌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2년물 국채와의 장단기 금리차도 지난 7월 초 1%포인트 수준에서 현재 0.3%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미국의 채권금리 상승세는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 말 타이트해진 단기자금시장과 은행채 발행 정도의 이슈를 제외하면 국내 자체의 금리상승 요인은 부재했다"며 "미국 금리 급등에 한국금리가 끌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되나…"발행사별 희비 엇갈릴 것"


채권 시장 내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곳은 회사채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회사채의 투자 수요가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될 여지가 다분히 높다"고 말했다.


현재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8% 수준으로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77bp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올 초 140bp를 웃돌았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 2월 중순 80bp로 낮아진 이후 올해 내내 70~80b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투자수요가 강했다"면서 "시장의 전망이 바뀐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의 스프레드가 이어지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억눌렸던 크레딧 스프레드가 최근의 금리 변동성으로 인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딜클로징을 앞두고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기업은 한국투자증권·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10곳이 넘는다. 이들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발행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게 IB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특히 신용등급 A급 기업은 투심 위축으로 인한 발행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A-/긍정적)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A0·A- 스플릿), LS전선(A+/안정적), 에코프로비엠(A0/안정적), SK온(A+/안정적), 다우기술(A0/안정적) 등 A급 발행사들이 이달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채가 8월과 9월 연속으로 순발행 기조를 나타낸 데 이어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AA-(3년물 기준) 등급에서도 5%를 넘어섰다"며 "같은 5%대 금리에서 은행 계열 여전사를 놔두고 A급 회사채를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A급의 발행액이 크지 않아 미매각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달금리는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 증권사 본부장은 "자산운용사 등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개인투자자에게 높은 금리로 셀다운하는 증권사 리테일 수요가 그나마 회사채 수급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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