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기업 구조조정 난항…강석훈 리더십 '흔들'
KDB생명·HMM, 매각 '불투명'…아시아나, EU·美 심사 '난관'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6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뉴스1)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산업은행이 추진한 기업 구조조정이 연달아 난항을 겪으면서 강석훈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6월만 해도 강 회장은 연내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췄으나 KDB생명, 아시아나항공, HMM 등 세 회사 모두 뜻한 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 KDB생명, 매각 무산만 다섯 번째


최근 산업은행이 다섯 번째로 추진한 KDB생명 매각이 무산됐다. KDB생명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은 최근 인수를 포기했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당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재무건전성을 올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신 지급여력비율(K-ICS)은 67.5%(경과조치 적용 전)으로 보험업법 상 기준(100%)를 하회한다. 부채도 상당하다.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2846억원이다.


산은은 인수주체 측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매각가를 기존 20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내렸다. 또한 KDB생명의 자본확충에도 힘썼다. 지난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했고 6월 후순위채 900억원과 8월 유상증자 1425억원, 9월 후순위채 1200억원 발행에 모두 참여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향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KDB생명 재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계속 갖고 있을지 재매각할지는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KDB생명의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 HMM, 높은 몸값에 유찰 가능성↑


HMM 매각도 유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HMM 인수 후보는 동원산업, 하림, LX인터내셔널 중 가장 유력했던 LX그룹이 본입찰에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HMM 매각의 문제점은 높은 몸값이다. 동원산업, 하림이 HMM을 사기에는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HMM의 인수 가격은 5~7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10조원 규모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과 동원산업은 인수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다. 하림은 팬오션을 통해 영구채를 발행하거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팬오션의 선박 등 자산 유동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동원산업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주단을 통해 1조5000억원 안팎의 인수금융을 일으키기로 했다.


HMM 노동조합(노조)은 인수주체가 무리해 매수를 하면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MM 노조는 지난 9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채권단 측에 유찰을 요구했다. 노조는 "현재 인수 후보자들의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외부 자금 차입에 의존하거나 사모펀드 등을 동원해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심사 문턱 못 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반대에 가로막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지지부진하다. EU 경쟁당국은 "양사 합병으로 유럽 화물·여객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과 영구전환사채 조정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도 미국과 일본의 경쟁 당국의 심사가 남아있다. 미국 법무부는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면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으로 이어지면 사실상 무산이나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6일 산업은행 본점 근처에서 화물사업부 매각 규탄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지난 2일 "이번 결정으로 유럽연합, 미국, 일본에서의 거래 종결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과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며 "대국민 선전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용 안정과 아시아나항공의 존립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강석훈 회장은 본점 부산이전을 두고 노조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등 '리더십 부재'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을 위한 구체적 기준 등 방향성 없이 속도전만 내세우고 있다"며 "강 회장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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