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 2위 삼성전자-현대차, ‘미래차’ 만들기 맞손
지난 5일 MOU 체결, 내년 초 현대차 전용 갤럭시 출시 등 중장기적 협업 계획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커넥티트카 등 미리형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재계는 양사가 사업경쟁력 제고와 함께 급변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 비트360(기아차 복합전시관)에서 제휴 마케팅 등으로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MOU에는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과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산업의 융합 트렌드를 선도하는 동시에 미래차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초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중장기적으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전동화 등도 협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좋은 기술과 브랜드 가진 회사로 협업을 통해 윈-윈(win-win)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양사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업은 정의선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유명 IT기업들과 손잡고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분야 강화에 나서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실제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경우 인텔과 협업 중이고, 폭스바겐그룹은 퀄컴과 전장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재계관계자는 “2세대(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까지만 해도 미묘한 기류가 흘렀지만 3세대(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로 무게중심이 넘어오면서 보이지 않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외부 행사차량이 최근 쌍용 체어맨에서 제네시스 EQ900으로 바뀐 것이나 정의선 부회장이 야심작 ‘i30N’ 라인에 삼성전자의 하만 인터내셔널 제품이 적용키로 결정한 것만 봐도 분위기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모두 제품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자 반전을 도모하기 위해 뭉쳤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3분기 17조5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반도체 사업부문의 활약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78%에 해당하는 13조6500억원이 반도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IM(IT, 모바일)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올 3분기 2조2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699억원이나 감소했다. 또 디스플레이와 CE(가전) 사업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이 각각 1314억원(9686억원→1조1000억원), 1164억원(4436억원→56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3조7000억원 가량 늘지 않았다면 역성장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현대차삼성전자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월드컵 마케팅과 품질관련 등 일회성 이슈가 불거진 데다 판매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올 3분기 2889억원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했고, 글로벌 판매량은 112만1228대로 6127대 줄었다.


재계관계자는 “삼성전자현대차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예전만은 못한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사가 협업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결과물을 내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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