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총수…강화된 실무 오너십
창업 3·4세로 세대교체…소통하고 현장 누비는 실무형 리더
(사진 좌측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의 총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면서 그룹별 경영 스타일에도 새 리더에 맞춘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거엔 상명하복, 일사불란 등이 오너 경영인을 대변하는 키워드였다면 최근엔 오너일가의 실무 능력이 경영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5G,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화합 등 다양한 화두를 제시하며 경영 안정화를 도모해 나가고 있다. 대외활동도 부쩍 늘렸다. 특히 5G, AI 등 미래사업으로 천명한 분야에 대해서는 해외일정도 촘촘하게 챙기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1·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들과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벌써 올 들어 4번째 일본 출장이다.


삼성전자는 NTT도코모와 KDDI와의 협력을 통해 2020년 일본 5G 시대 개막에 대비한 기반 조성은 물론 일본에서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 보안 의혹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분명한 기회로,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 발걸음을 보다 재촉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보폭 확대도 눈에 띈다. 와병중에 있는 부친 정몽구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시장 반등 기회를 잡기 위해 경영은 물론 사내문화 혁신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자율복장제를 도입한데 이어 익명성을 보장하는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내부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과의 소통 채널 '히어'도 선보였다. 이는 자동차 개발 초기단계부터 소비자 의견과 아이디어를 반영하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사업 전면에서도 뛰고 있다. 그는 최근 전기차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알려진 크로아티아 기업 '리막'을 직접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8000만 유로(약 1067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인도 '올라', 동남아 '그랩' 등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할 때도 정 부회장이 투자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의 새 총수 구광모 회장도 탈(脫)권위, 실용 등을 내세운 경영방식으로 LG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전계열사 사업보고회를 토론 형식으로 바꿔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꾸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재채용행사 LG테크 컨퍼런스에 방문해 직접 글로벌 석·박사 인재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출장기간 중 실리콘밸리 소재의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방문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도 했다.


차기 총수를 예약한 LS그룹 3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도 최근 구자열 그룹 회장과 함께 일본을 찾아 현지 협력사와 네트워크를 쌓는 등 현장 오너십 확대에 주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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